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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시 - 아멜리 노통브

이사벨라아나 2019. 11. 9. 15:11



오후 네시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난주 옮김

열린책들


40여년동안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가르치다 퇴임한

65세의 에밀과 그의 아내 쥘리에트는

남은 여생을 보낼 시골집인 <우리집>을 찾아 꿈에 그리던

호젓한 전원생활을 하며 행복해 한다.

평온할 것만 같은 그들의 일상은 매일 오후 네시 정각에

이웃집 남자 베르나르댕의 방문으로 서서히 깨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호의로 받아들인 그의 방문은 매일 같은시간에 찾아와

 그저 주어진 질문에 아니오, 그렇소 단 두문장만 내뱉기만 할 뿐

아무 관심도 없이 커피한잔과 함께

2시간을 의자에 앉아있다가 6시가 되면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


단지 교양인이라는 이유로 반갑지 않은 방문객을 어쩌지 못하다

유일하게 교제하던 제자 클레르의 방문이 이웃집 침입자로 인해

관계가 끊어져 버리는 일이 발생하자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르고

 그것은 스트레스로 다가와 자신들의 생활을 방해하는 그의 방문을

막을 묘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마침내 두부부를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이웃집 여자

베르나데트가 등장하면서 스토리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


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라고 했는데

<주변인>과의 교류없이 자신들만의 안락한 생활을 꿈꿨지만

어쩔 수 없이 타인의 삶에 끼어드는 에밀과 쥘리에트

이웃집 의사부부의 삶은 다소 엽기적일 정도로 평범하지가 않고

결국에는 의도치 않은 결말로 이어지는데....


삶에 대해서 철학적인 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약간 허무하게 끝나 아쉬웠다.

인간의 감출 수 없는 본능은 어쩔 수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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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나는 창 밖을 바라보며 체호프의 말을 중얼거렸다. <인생 전체가 실패다. 인생 전체가>

그런 점에서 내 삶은 평범하기 짝이 없었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매몰 그 자체였다. - 120


나는 그의 삶을 상상해 보았다. 숲의 아름다움을 보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아리아를

들으면서도, 월하향의 향기를 맡으면서도, 먹거나 마시면서도, 애무를 하거나 받으면서도

아무런 즐거움도 느끼지 못하다니. 결국 그 어떤 예술 작품에도 감동을 맛본 적이 없다는

말이 아닌가. 또한 성적 욕망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 아닌가. - 161


자신이 갇혀 있는 우리 속에서 유일한 빛이 잇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의 죽음이엇다.

따라서 그의 집 안에 있는 스물다섯 개의 시계는 느릿하고 확실한 리듬에 따라

죽음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죽고 나면 그는 더 이상 자신의 부재에

입회하지 않아도 되리라. 육체가 없으니 그 안에 담길 공허도 없으리라. 삶 대신에

무(無)가 되리라. - 163


인간은 어떤 행동을 한 번만 하고 말진 않아. 어떤 사람이 어느 날 한 행동은

그 사람의 본질에서 나온 거야. 인간은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면서 살아가지.

자살 역시 특별한 경우가 아니야. 살인자들은 다시 살인을 저지르고,

연인들은 다시 사랑에 빠지지. - 173


<눈이 녹으면, 그 흰 빛은 어디로 가는가>라고  세익스피어는 묻고있다.

그 이상 위대한 질문이 어디 있으랴.

나의 흰색은 녹아버렸고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두달 전 여기 앉아 있었을 때,

나는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고 있었다.

아무런 삶의 흔적도 남기지 않은, 그리스와 라틴 어를 가르쳐 온 일개 교사라는 것을 -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