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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듣고 있어요 - 이소라 지음

이사벨라아나 2019. 8. 20. 10:32




혼자인 내게 그림이 다가와 말했다

지금 내가 듣고 있어요


이소라 지음



이 책은 화가 14명의 그림 작품들과 함께  누군가에게 상처받는 말을 들을 때

따듯한 위로의 말을 전하는 힐링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미술사학을 공부했으며 미술에 관련된 책을 펴낸 이력으로

이 책 또한 잘알려지지 않은 화가의 그림이나 아니면 유명한 화가의

작품으로 화가의 지극히 평범하지 않은 사적인 이야기와

작품에 대한 스토리로 화가의 삶도 평범한 이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아주 진솔하면서도 속삭이듯 조근조근 전달해 주는 것 같았다.



 프랑스 화가 로자 보뇌르의 평범하지 않은 초상화로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는 자유분방한 성격과

자신의 세계를 분명하게 표출하는 여성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어린시절 아버지가 만들어준 환경으로  굉장히 역동적으로 살아숨쉬는 듯한

동물그림을 즐겨 그려 다분히 남성적인 이미지가 공감이 갔다.


예민한 감각을 지닌 화가 피에르 보나르의 화폭에 담은 일상 속의 찰나의 순간들은

자신이 본대로가 아닌 자신의 마음을 건드린 장면들을 다채롭게 담았다는

그림들로 아주 편안하게 다가왔다. 


세라핀은 영화로도 봤는데 아주 세세하게 표현되는 꽃들의 색감만큼

강렬하게 대비되는 그녀의 비극적인 삶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편안한 그림들은 그의 성품만큼이나

더없이 아름답게 다가왔고

세관원이었다가 늦은 나이에 화가로 들어서

자신만의 화풍을 확고히 인식시킨 루소의 그림,

미국화가 찰스 커트니 커란의 작품은 처음 보는데

당당한 여인의 모습을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려져 그려내

그림을 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웬지모를 자신감을 주는 것 같았다.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생각할 때 더욱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그러면 마음속 불안한 목소리가 차츰 사라진다."  -136



난쟁이 귀족이라 불리면서 물랭 루주를 드나들었던 화가 로트렉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왜 로트렉이 술집과 매음굴이 가득한 곳의 쾌락에 빠진

그려냄으로써 자신의 슬픔을 그 속에 묻으려고 했는지 약간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의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들을 통해 본

여자다움에 대한 것과

영화 '콜 미 바이 네임'의 아버지의 대사


"몸도 마음도 젊은 시절이 지나고 나면 누구도 바라봐 주지 않게 된다.

그러니 지금 할 수 있는 걸 해라"  - 148


나도 참 기억에 남는 영화였는데

죽는 거 보다 늙는 게 두렵다는 소 제목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늙음이지만 그림속 추한 늙은 여인들이 풍자적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늙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들이었다.


독일 화가 로빈스 코린트의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며 누구보다

행복했던 화가의  비극을 통해 정말 행복은 한순간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 순간을 오롯이 만낀해야 한다는 것을...


헤르만 헤세가 했다는 말이 와닿았다.

"행복을 추구하는 한

당신은 행복할 만큼 성숙하지 않다.

가장 사랑하는 것이 모두 당신 것일지라도." - 170


작가가 인용한 책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귀절이

또 한번 나를 일깨웠다.


"오늘 오전부터 내 인생을 조금 다르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삶이 어떤 모습일지 나도 모르지만,

미룰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흘러가버릴 것이고,

그러면 새로운 삶에서 남는 건 별로 없을 테니까." - 207



화가의 작품들을 통해 작가의 깊이있는 해석으로

상처받은 내면의 세계를 스스로 들여다보게 함으로써

남들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다음은 영영 없을 지도 몰라,

지금이 아니라면," -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