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의 종소리
스가 아쓰코
문학동네
예순이 넘은 나이에 첫 작품을 냈고 그 후 69세로 세상을 떠나기 까지
5권의 에세이를 출간해낸 작가 스가 아쓰코,
전쟁 후 도쿄에서 비교적 유복한 유년생활을 보내고
대학에서 영문과를 전공한 후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갔다가 이탈리아에 매료되어 로마로 건너가
밀라노에 거주하며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사상과 문화를 받아들이며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을 하고 남편이 죽은 후 일본으로 돌아와
강사생활과 번역일을 했다고 한다.
그녀의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의 추억,
두 집 살림을 한 아버지,
프랑스 파리 유학생활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의 생활,
그리고 일본에서의 가족이야기들을 다양한 에피소드로
아름다운 문장으로 담담하게 그려냈다.
그녀의 다른 작품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트리에스테의 언덕길",
"유르스나르의 신발", "밀라노, 안개의 풍경" 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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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예전부터 나는 음악에 깊이 빠져들지 못했고, 음악과 잘 맞지 않는다고 믿어왔다.
아니, 음악이 가져다주는 감동이 너무나 순수해서 언어로도 색으로도 형태로도 표현할 수 없음을
마냥 두려워했는지도 모른다. 언어의 세계에 다가갈수록 음악에서는 멀어졌다.
그래서 음악 애호가에게 일종의 메카와도 같은 밀라노에 십년 넘게 살면서도 스칼라 극장으로는
좀처럼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 16
종소리, 근처 성당의 종이 한밤중의 베네치아를 향해 소리 높이 무언가를 알리고 있다. 시계를 보니 열두시였다.
그것은 단지 종루의 시계가 어제와 오늘의 경계에 해당하는 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아니라 이백 년 전 오늘밤,
빛나는 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처음 자신들만의 오페라 극장을 갖게 되어 열광하던 베네치아 시민들의 시간을
다시 한번 음미하는 듯한, 마치 뭔가에 정신없이 몰두하는 듯한 소리였다. - 17
파리 유학생이었던 사십여 년 전, 생활비를 쪼개 이리저리 찾아녔던 피아노 연주회의 기억이 보름달 빛만 남은
작은 방으로 하나둘 돌아왔다. 젊은 삼손 프랑수아의 쇼팽 연주를 듣고 대기실까지 찾아갔던 밤,
클라라 하스킬이 무서울 정도로 조용하게 연주한 모차르트, 러시아에 이렇게 굉장한 피아니스트가 있었다니
하고 온 동네가 떠들썩해졌던 에밀 길레스의 연주회, 모두 전쟁이 끝나 활기가 넘치던 파리에서
경험한 일이었다. - 18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책을 읽고, 좋은 그림을 보다보면 조금씩 알게 될 거예요." A little by little.
강한 독일식 억양으로 선생님은 말했다. -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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