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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묻고, 톨스토이가 답하다 - 이희인 지음

이사벨라아나 2019. 3. 9. 20:56




인생이 묻고, 톨스토이가 답하다

내 인생에 빛이 되어준 톨스토이의 말

이희인 지음

홍익출판사


광고 카피라이터이자 여행에 관한 책을 여러 권 펴낸 작가 이희인

그의 책을 읽은 적이 있어 이번에 나온 신간이 반가웠다.

톨스토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중 한 명이기도 해 그의 대표작

'안나 카레리나' 또한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꼽는데

한겨울 러시아를 장거리 열차를 타고 여행하면서

차가운 날씨의 시베리아 추위를

직접 겪으면서 톨스토이의 책을 읽는 기분은 어떨 지

또 긴 인생을 살았던 톨스토이가 오랫동안 머물었고

죽어서 묻혀있는 묘지가 있는 야스나야 폴랴나를 방문해 그가 살았던

흔적을 느끼며 같은 공간속에 머무는 경험은 특별했을 것 같다.


저자는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는 시대에 

고도의 의학기술은 인공지능에게는 쉬울지 모르나

인간의 감정을 바꾸는 일은 어려운 일이듯이

직접 읽은 책들에서

밑줄을 긋고 노트에 옮겨 담으며  

진정 '인생이란 무엇인가'의 질문에 관한 해답을

낡은 책장안의 고전 속에 들어있음을 피력하고 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다 서로 비슷한 것이고,

불행한 가정은 어느 경우나 그 불행의 상태가 다른 법이다" 라는

유명한 첫문장이 안나카레리나의 법칙으로도 불릴 정도로 많이 인용되는데

번역자에 따라 약간씩 다르게 표현되는 문장들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불행한 결말을 맞이한  안나 카레리나와 반대로 행복한 삶으로 대비되는

'리틀 포레스트'로 톨스토이의 페르소나인 레빈이라는 인물이

소설속에서는 안나 카레리나만큼 또다른 주인공이지만

영화나 다른 장르의 작품에서는 비중이 너무 작아 의아했는데

이 책에서 소개한 톨스토이 전문가 석영중 교수가

레빈을 일컬어 '이 훌륭하고 지겨운 남자'라

표현한 이유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안나 카레니나>는 삶에 세상에 대한 작가의 모든 고민, 모든 생각이

망라돼 있는 백과사전적 소설이다" - 53



우화집을 통해 바라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 대해

<바보 이반>이나 <사람에겐 얼마만큼 땅이 필요한가>로 그의 무정부주의

사상이 들어있는 정치적인 소설임을 알 수 있다.


톨스토이의 작품들이 다른 문학작품이나 영화 등에 모티브로 나온 예나

우리나라 춘원 이광수가 열렬한 톨스토이주의자로 <재생>이라는 소설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과 연관되어 우리나라 문학이 톨스토이를 비롯해 체호프나

막심 고리키, 도스토예프스키 등

러시아 문학 쪽에서 활발한 원천을 얻었다는 사실도 새로웠다.


작가가 톨스토이 소설중 가장 훌륭한 소설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꼽았는데

부와 권력으로 이룰 것을 다 이룬 톨스토이가 이반 일리치를 통해

자신의 죽음앞에서 자신이 걸어온 길이 실은 내리막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성공한 삶이 언제 어떻게 급작스럽게 추락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며

삶을 대하는 태도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처음 부분은 쉽게 읽히지만 점점 어려워 읽기를 포기한 소설<크로이처 소나타>

나만 어려워한 게 아니었다는 생각에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어쩜! 서로 다른 작품에 나오는 두 인물의 흡사한 독백, 그 톤과 감정의 유사함에 놀랐다.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고통, 환희, 질투, 절망을 느끼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라.

가사 없는 음악을 듣고 선이라든가 악, 도덕과 비도덕의 감정을 오가며

격렬히 반응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153


그밖에 <부활>, <전쟁과 평화>, <인생이란 무엇인가> 등의 작품과 관련된 것과

톨스토이가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러시아 작가 도스토옙스키를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도 뜻밖이었다.




톨스토이의 마지막 여정을 담은 영화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이라는

작품을 본 적이 있는데 유토피아를 꿈꾸며 자신이 추구하는 세계를 만들려고

공동체를 이끌며 저작권까지 민중의 소유로 돌리려고 해

그의 부인 소피야와의 격한 대립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있어

톨스토이를 극단적인 도덕주의자로 만든 사상 만큼이나

그가 평생 써온 90여권에 달하는 책들 속에서 사랑, 성, 결혼, 도덕 등

인간 삶에 대한 여러 분야를 다뤄 톨스토이의 생각이 담겨있어

책 속의 인용들을 통하여 전반적인 톨스토이의 사상과 생각을

저자의 또다른 좋은 문장들과 함께 들여다볼 수 있었다.


"기억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사색에 의하여 얻어진 것만이 참된 지식이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에서  - 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