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나 읽을걸
유즈키 아사코
21세기 북스
일본 작가 유즈키 아사코의 책은 이번에 처음 읽어보았는데
이 책은 여성 캐릭터를 창조하는데 탁월한 그녀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고전 명작들을 연재한 에세이를 엮어
마치 어릴 적 티비 속 '세계명작극장'에 나왔던 고전들을
하나씩 꺼내 보는 재미를 주면서 그 중에 읽었던 책을 만나면 반가웠고
또 읽지 못했던 책은 메모해 놓았다가 꼭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책도 그리 두껍지 않고 작아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 짧게 요약하면서도 책 속의 문장들을 인용해
이제는 아스라히 잊혀졌던 이미 오래전 읽었던 내용들을 새삼 떠올리며
읽는 내내 작가가 바라보는 시각으로 같이 빠져들었다.
프랑스문학에서부터 시작해 일본, 영국, 미국 문학까지
세계적인 수많은 고전들을 다루고 있다.
처음 등장하는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에서
여주인공 잔의 모진 일생과 비교해 저자가 또한 여자이기에
프랑스 여주인공들이 겪어 왔던 수도원 생활을 거쳐 연애, 결혼생활까지
이어지는 우리네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과정에 동질감을 느끼고
잔의 행복하지 않았던 결혼생활에 그래도 친구 로잘리가 있어
결코 어둡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수없이 실망하고 배신당할 수도 있는 삶이지만
꿈꾸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었다.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의 여주인공 잔 뿐아니라
지루한 삶에서 파멸의 늪에 빠지는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의 에마,
평범한 한 여자의 일생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여지없이 보여주는 에밀졸라의 '목로주점'의 제르베르,
제르베즈의 딸 나나가 또다른 소설속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나나'의 나나, 등의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통해서 중간 중간 다른 책에 나오는 이야기까지
참으로 맛깔스럽게 자신의 일상적인 경험과 더불어 펼쳐놓는 그녀의
책은 읽는데 그리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을 정도로 흡입력이 있었다.
지금보다 훨씬 자유롭지 못했던 시대에 등장했던 고전속의
여주인공들의 삶의 실체를 들여다보며 때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삶에
독자로서 감정이입이 되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 다룬 고전들 중 유독 일본 작가가 쓴 책들이 다 낯설었다.
영국 문학 작품중 '제인 에어'나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
'폭풍의 언덕'에서의 천성을 다룬부분,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이 18세기에 탄생한 로맨틱 코메디였다니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관계가 소설속에서 결혼으로 이어갔었나 하는 기억이 가물하다.
미국 문학에서는 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의 헤스터나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의 끝없는 욕망,
하멘 멜빌의 '모비딕'의 고래이야기는 놓쳤던 부분이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소개해준 책들중 안 읽어본 책이 더 많은데 나이들어 더 고독해 지는 시간
이 책에 나온 고전들만큼은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속에 등장하는 스토리를
작가의 사적인 삶이 묻어나는 글들과 함께
더욱이 일상이 소소하게 드러나 있는 에세이라
쉽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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