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 예그린 씨어터

이사벨라아나 2018. 12. 30. 11:06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예그린 씨어터

2018년 12월 29일 토요일 오후 6시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50대 중반쯤의 두 남녀가 매주 목요일마다 벌이는 토론이라는

형태를 빌려  일종의 복잡미묘한 인간의 심리를 다룬 연극이다.

공연은 국제 전문기자였던 연옥이 무대위로 등장하며 자신이 위암이라는 사실을 알고 은퇴한 후

식물을 기르며 서서히 삶의 마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때 사랑해서 딸을 낳았지만 결혼은 하지 않은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남자 '정민'과의 이야기를 나레이션 형태로 시작하면서

그 둘의 젊은 시절부터 현재의 이야기까지 아주 밀도있는 대화로 이어진다.



무대는 연옥의 방과 정민의 연구실, 그리고 그들의 딸 이경이 일하는 카페를 중심으로

단촐하게 셋팅되어 조명과 영상의 글씨로 위치를 알려주며 장면마다 빠르게 전환된다.

출연진도 현재의 연옥과 정민을 중심으로 젊은 시절의 연옥과 정민,

그리고 그들의 딸 이경과 남자친구 덕구 이렇게 6명이 스토리에 맞게

마치 재연배우들이 재연하는 듯한 장면으로 이어지는데

그들이 나누는 수많은 대화들이 이 연극의 키포인트인 거 같았다.



그들은 왜 딸을 낳으면서도 서로가 결혼하지 않고 각자 살면서

그러다가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고 또 딸 이경은 삐딱하게 어긋나 엄마를 증오하고

아빠가 누군지조차 모르고 살아가야 했는지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어 의문이 들었다.

서로에게 단지 얽매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을까?

딸이 엄마에게 단지 복수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엉망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안타까웠고

대사 하나하나의 의미가 참 시리게 전해져왔다.



그들이 매주 목요일 마다 나누었던 비겁함, 역사, 죽음이라는 다양한

토론의 주제가 아니더라도 때론 상대를 이해하지 못해 소리지르며 분노하다가도

지난 젊은 시절의 지나왔던 과거를 떠올리며 서서히 이해하는 관계가 되기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담백하게 진행되는 이야기가 진솔하게 다가왔다.


연옥이라는 배역으로 연기한 우미화 배우님

처음 봤지만 차분하면서도 이지적인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극을 이끌어 나갔고

정민 역의 성열석 배우님

쉼없이 나열되는 수많은 대사들을 어쩜 그렇게 능수 능란하게 뱉어낼 수 있는지

감탄스러웠다.

그밖에 젊은 시절의 연옥과 정민을 연기한 두 배우의 연기와

딸 이경의 다소 억지스러운 역할과

약간은 어수룩하고 순수한 덕구역의 배우의 연기도 극에 잘 녹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