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뮤지컬 메노포즈

이사벨라아나 2018. 12. 30. 18:04



뮤지컬 메노포즈

광림아트센터 BBCH홀

2018년 12월 30일 오후 2시



2010년 두산아트센터에서 본 뮤지컬 메노포즈가 다시 공연한다는 소식에

너무 유쾌하고 재밌게 본 기억이 있어 꼭 다시 보고싶었다.

여자의 폐경기를 뜻하는 메노포즈

다소 낯설었던 단어가 이제는 아주 현실적으로 다가와

여자라면 누구나 겪게되는 과정을 이번에는 또 어떻게 풀어낼 지 궁금했다.



성공한 커리어우먼이지만 건망증과 외로움으로 힘든 이혼녀 역을 맡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홍지민 배우의 등장으로 공연은 시작되었다.

예전에는 잘 나갔지만 주름으로 가득한 외모로 고민하는

지금은 한물한 미혼인 탈랜트역의 주아 배우

살이 쪄 뚱뚱해지고 건망증이 심하지만 남편과 자식들에게 헌신하는

 현모양처인 전업주부역의  박준면 배우

그리고 남편과 전원생활을 하지만 불면증에 시달리는 웰빙주부인 장이주 배우 

이 4명의 배우가 백화점 란제리 코너에서 우연히 만나 벌이는 실랑이를 통해 좌충우돌

부딪히며 서로의 상황에 공감하고 맞장구치며 끊임없는 수다로

때로는 호르몬 변동으로 괴로워하는 그녀들의 처지를 코믹적이면서도

다양한 개그코드로 펼쳐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무대는 백화점 층별 각 코너를 이동하면서 진행되는데

한때는 잘 나갔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란제리 코너에서

화려한 속옷만 늘어놓은 매장에서  자신들에게는 결코  맞지 않는 사이즈들에 한탄하고

줄어들지 않은 식욕에 살은 도무지 빠지지 않고 땀이 나고 열이 오르고

건망증으로 매번 물건을 찾느라 정신이 없지만

그 상황들을 있는그대로 받아들이며 우울증약과 건강식품 등으로

지혜롭게 이겨나간다. 


다소 무거운 소재와는 달리 들려오는 뮤지컬 넘버들은 너무나 경쾌하고 흥겨웠다.

관객들과의 소통으로 객석을 누비며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기까지하며

애드립인지 설정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짖궂은 상황을 계속

이어가 끊임없이 폭소를 터뜨리게 만들기도 했다.


중년에서 노년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폐경기를 겪으면서

어느덧 자신들의 엄마들의 삶도 이해하게 되는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를 끈끈하게 이어지게 해 가슴뭉클하게 했다.


다소 과장된 몸짓과 직설적으로 내뱉는 원초적인 대사들이

배우들의 능숙한 연기와 노련함으로 더욱 감칠맛 있게 전해져왔다.


인터미션없이 120여분간의 공연내내

배우들의 열연과 열창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