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혐오와 매혹사이 (왜 현대미술은 불편함에 끌리는가) - 이문정 지음

이사벨라아나 2018. 10. 2. 22:38



혐오와 매혹사이 - 왜 현대미술은 불편함에 끌리는가

이문정 지음

출판사 동녘


간혹 현대미술에 관한 전시회를 가면  회화작품은 차치하고 영상이나 설치미술이 대세여서

따로 설명을 듣지 않으면 도대체 무얼 나타내고 있는지 가늠하기 조차 어려워

다소 꺼려지기까지 하는데 이 책은 현대미술이 다루는 불편한 소재 즉 죽음이나 폭력을 비롯해서

질병, 피, 배설물, 섹스, 괴물에 관한 이야기를 작가들의 작품들과 함께

적나라하게 표출해내 전혀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듯

굉장히 낯설었고 과연 현대미술의 끝은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도 일게 만들었다.


미술이 가지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소재들이지만

일반적으로 지극히 꺼려하는 것들을

예술이라는 형태로 포장하여

혐오라는 인간 본능에 접근함으로써 오히려 관심을 끌고

인간이 감추고 싶어하는 어둠과 잔혹한 폭력과 야만성 등 

세상이 아름답기만 하지 않다는 진실을 끊임없이 각인시키려고

추를 독립적인 미학개념으로 다루었던 작가들의 의도가 숨어있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이 전개되면서

 잔인하고 끔찍한 형상이나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 늘어났고

획일적인 기준과 규칙을 문제시하고 해체를 주장해왔고

금기시되고 기피되었던 것들이 전면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악명높은 체프먼 형제의 대표작인

'상처에 대한 모욕 - 죽은 자에게 가해진 위대한 행위' 작품이

고야의 그림 '위대한 공적!, 죽은 자에 대한 !'의 작품을 재현해내

보편성을 벗어난 인간의 육체로 혐오의 감정을 유도했다고 하는데

죽음을 다룬 잔인한 작품으로 악명 높은 영국의 젊은 작가 데미안 허스트,

자신의 피로 냉동 조각을 제작했던 마크 퀸,

물감을 쓰듯이 피를 사용하는 화가 안드레 세라노,

성과 관련된 가장 어둡고 소외된 영역을 직관적으로 보여준 트레이시 에민,

그밖에 다양한 괴물이 등장하는 초현실 주의의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그동안 금기시되고 혐오스러운 소재들을 부각시킨 예술품들에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동물의 시체 뿐만 아니라 인간의 시체까지 미술의 도구로 사용하여

죽음이 오늘날 미술에서 핵심적인 키워드로 부각시켜 시체에 대한 역겨움을 이용해

극도의 거부감과 공포감으로 삶과 죽음의 불가분한 연결관계를 나타낸 

작품들은 지극히 부정적으로 다가왔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 의미를 약간이나마 수긍할 수 있었다.


질병과 관련한 미술가들에서도

빈센트 반 고흐를 비롯해 에드바르 뭉크, 프리다 칼로,

오늘날의 쿠사마 야요이의 예로 들며 미술로 질병을 치유할 수 있음을 제시했고

그 중 한나 윌케는 '인트라 - 비너스'라는 작품을 통해 림프종 진단을 받은 후

그녀가 사망할 때까지의 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주었는데

인간의 삶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죽음에 이르는 것이 모든 인간에게

일어나는 불가항력의 전개를 보여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이 책은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되었던 타자화 되었던 것들을

단순히 미와 추를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기준이 아닌

 예술은 우리삶과 연결되어 있으며 불편한 진실까지 수용하고

그것을 공감할 수 있는 마음으로 인도하는 지침서인 거 같다.


체프먼 형제 '상처에 대한 모욕 - 죽은 자에게 가해진 위대한 행위'


안드레 세라노 '피와 대지'


트레이시 에민 '나의 침대'


안드레 세라노 '더 클랜' 시리즈


안드레 세라노 '피에타'


책 속에서

======================

그리스 시대부터 낭만주의 시대까지 꾸준히 미술의 소재가 되었던 신화 속 괴물들부터

기독교적 순교의 장면들, 처참한 전쟁의 현장이나 난파당한 배와 폭풍우 등은

예술가의 손을 통해 이러한 의미의 역전을 가져왔고 미적 가치를  갖게 되었다.

바로 이것이 아름다움을 그려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음에도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것들이

미술 속에서 꾸준히 등장하게 되었던 이유다. -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