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백상현 지음
시공사
언젠가 떠날 자유여행을 꿈꾸며 이 책을 펼쳐들었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도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로 꼽히는데 유명한 관광지만
수박겉핥기식으로 둘러보는 단순한 투어가 아닌 소도시 구석구석을 여러날을 머물면서
기차를 타고, 버스나 택시로 이동하며 자신의 발자국을 찍으면서 그 곳에 사는 현지인들의
생생한 삶속으로 들어가 낯선 이방인들의 문화를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라 저자와 함께 곳곳을 둘러보는 듯 아주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여행은 이탈리아 지도의 모양새에서
구두뒷굽에 해당하는 풀리아주를 시작으로 앞굽인 칼라브라아 주,
그리고 시칠리아 섬으로 노선을 잡고 알베로벨로 행 기차티켓을 사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집에 대한 세금을 피하기 위해 가난했던 주민들이 단속관리가 나오면
얼른 집을 부수기 위해 지어진 트롤로가
남부 제일의 관광거리가 되어 비탈진 언덕을 따라 그림처럼 펼쳐지며
문화유산이 되었다는 알베로벨로의 동화마을 스토리부터
카메라의 프레임에 담을 수 없는 소녀의 웃음,
음악의 기쁨이 주는 여운을 남긴 바로크 피렌체라 불리는 도시 레체,
'머물를 때는 정말 비현실적이지만 떠난 후에야 현실이 되는 꿈이 장소가 바로 포시타노다'라는
존 스타인백의 고백처럼 누구나 한번쯤 방문하기를 꿈꾼다는
기암절벽이 한없이 펼쳐지는 아말피 해안의 중심에 자리잡은 포시타노,
특히, 아말피 해안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1위로 선정됐다고 한다.
영화 대부에 등장하는 시칠리아 섬에서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베르디의 오페라'시칠리아의 저녁기도'를 떠올리며 아리아를 듣는 기분과
페루자의 움브리아 국립미술관에서
우연히 만나는 스티브 맥커리의 사진전을 관람하는 기분은 정말 황홀했을 것 같다.
아르노 강을 따라 걷다가 멈춘 베키오 다리에서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운명적인 만남과
세계적인 우피치 미술관에서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라파엘로 티치아노의 명작들을 비롯
예술의 향기가 곳곳에 스며있는 매력적인 도시 피렌체,
어디서나 연결되는 캄포 광장이 떠오르는 시에나,
로맨스가 피어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
시인 단눈치오의 소설에서 처음 부르기 시작했다는
기적의 들판으로 불려지는 갈릴레오와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도시 피사,
그밖에 각각의 특색으로 자리잡은 소도시 하나하나의 매력을 작가의 발품으로
중세의 시대에서 멈추어 그 명맥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보존되어 오는 문화유산같은
이탈리아 곳곳의 도시들의 신화와 역사와 함께 펼쳐지는 대자연의 웅장한 풍경들과 더불어
아름다운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 예술, 맛 등으로 저절로 탄성이 나오는
특별한 경험들을 작가의 눈과 글을 통해서 세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소도시 여행 후
그 도시에 대한 가보기, 맛보기, 머물기, 둘러보기 정보를
깨알같은 여행 메모를 별도로 실어 여행 계획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을 작가의 동선과 함께하며
카메라 프레임에 담은 멋진 풍경들과 음식들, 그리고 골목골목을 누비며 부대끼는
낯선이들의 삶속에 조금은 발을 담구는 듯한 소박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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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이토록 피사의 사탑에 열광하는 걸까?
어쩌면 그 기움이 기존의 세상을 달리 보게 하는 혜안을 선사하기 때문은 아닐까.
늘 반복되고 정형화된 일상은 현대인들을 지치게 만든다.
하지만 피사에 가면 그런 규격화되고 정형화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난 파격을 꿈꿀 수 있다.
일상성의 파괴는 더 나은 창조의 힘을 불어넣어준다. - 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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