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드 생팔 X 요코 마즈다
구로이와 유키 지음
시공사
이 책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프랑스 현대미술의 거장 니키 드 생팔 작품 콜렉터로 일본에 니키 미술관을 건립한
일본인 요코 마즈다에 관한 전기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요코 마즈다의 아들이자 미술관 관장 마사시의 부인인
구로이와 유키로 요코 마즈다 사후에 남은 니키 드 생팔에 관한 수많은 자료와
작품들, 그리고 두 사람이 주고받은 500여통의 편지를 바탕으로
니키 드 생팔과 요코 마즈다와의 특별한 인연을 공개했다.
안타깝게도 니키 미술관은 지금 문을 닫은 상태라고 한다.
(니키의 사격회화)
책의 구성은 짧막짧막한 챕터로 읽기가 쉬웠고
전반부는 2차 대전 패망후 혼란스러운 일본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쓰지와의 결혼, 그리고 사업을 하면서 점차 야망을 키운
요코 마즈다 시즈에에 관한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어
일본의 당시 사회상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어릴 때 책을 좋아했던 시즈에는
아버지의 '여자도 야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상기하고
버지니아 울프의 '여자에게 필요한 것은 약간의 돈과 자신의 방'이라고 한 글을 떠올리며
자립을 위해서 스스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야망을 갖고 사업가로 들어선다.
그녀가 타로카드를 수집하기 위해 외국 서적을 파는 서점에 갔다가
근처 갤러리에서 니키드 생팔의 작품인 '연인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는
한 장의 판화를 보고 영혼을 끌어당기는 어떤 강렬한 끌림으로 매료되어 그 후
니키 드 생팔의 작품 콜렉터가 되어 '스페이스 니키'라는 화랑까지 열게 되고
니키 드 생팔에대한 경외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찬사와 열정과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작품을 널리 알리려고 애쓰는 모습은 감탄스러웠다.
몇 번 만나지는 않았지만 끊임없이 편지를 통해 두사람의 우정은 더 깊어지고
처음에는 무지로 인한 요코의 실수로 니키의 분노를 자아내게 했지만
사랑을 가득담아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보내 니키의 마음을 녹이는
요코의 노력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니키 드 생팔은 시즈에와는 한살차이로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으로 이주했는데
니키의 자서전에 따르면 11세 무렵부터 아버지에게 성적학대를 받았다고 한다.
시즈에 또한 어릴적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해 니키와의 동질감을 느껴
니키 드 생팔과의 인연으로 평생 친구가 되었는데 미술학교를 다니지 않았다는
니키의 작업세계 진행과정을 간접적으로 세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사격회화'를 비롯하여 극단적인 생략과 과장으로 이루어진
유머러스하고 매력적인 풍만한 체형의 여인 조각상인 '나나'시리즈,
열린 양다리 사이 '생명의문'으로 들어가 태내를 돌아다니게 '혼(스웨덴어로 '그녀')' 등은
억압받은 여성들의 해방구를 의미하며
분노를 직접 표출하지 않고 유머와 심오함을 갖춘 컬러플하고 거대한
스케일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작품들로 탄생한 배경을 알 수 있었다.
니키가 20대 중반에 자신의 인생을 바꾼 세 번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가우디가 만든 구엘공원과
폐품을 이용한 작품으로 알려진 스위스 예술가 장 팅겔리와
세번째 페르디낭 슈발이 지은 남프랑스의 오트리바의 신비로운 성을 꼽았는데
장 팅겔라와는 결혼을 하고 이혼을 했지만 평생의 파트너로 지내왔다고 한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타로가 자신의 길을 내주었고 인간은 그 길의 여행자일 뿐이라는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방에 타로의 '대 아르카나'를 모티브로 삼아
거대 조각을 곳곳에 배치해 타로가든을 세웠고
팅겔리와 파리 퐁피두센터 앞 스트라빈스키 광장의 분수를 만든 니키 드 생팔
그녀의 작품세계는 그야말로 매번 놀라움을 안겨준다.
니키가 일본을 방문하고 일본에 대한 오마주로 제작한 <붓다>
자신의 조용한 어귀라는 뜻의 시즈에란 이름까지 니키의 이름에 영항을 받아
드넓은 바다를 의미하는 요코로 필명을 바꾼 요코 마즈다의
집념과 용기 그리고 니키 드 생팔에의 동경과 사랑이 담겨있는 이야기가
니키 드 생팔의 작품을 빨리 보고싶은 마음을 갖게 만들었다.
책 속에서
현재를 살면서 제작을 계속하는 예술가에게 '과거'란 무엇일까.
제작은 생명 자체이고 정신이며, 순수 자아 혹은 영혼의 구현일 것이다.
영혼은 자유로이 비상하며, 시공간을 넘어 천계와 마계魔界의 극에 이른다.
그런 터에 세속적인 의미에서의 '시간'따위가 무슨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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