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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찾아서
에릭 시블린 지음
정지현 옮김
21세기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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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음악의 걸작을 따라서 떠나는 여행
클래식에 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클래식에 관한 책이 나오면
음악가들의 성공속에 담긴 알려지지 않은 사적인 이야기들에
이상하게 호기심이 생겨 그냥 이유없이 읽고 싶어진다.
이 책 또한 바로크 음악의 거장인 바흐와 세계적인 첼리스트인 파블로 카잘스가 중심이라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하여 꼭 읽고 싶었다.
책은 비교적 두꺼웠지만 역시나 유명인의 알려지지 않은
사사로운 스토리까지 담겨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첼리스트에게 있어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구약성서와 같은 존재로
어렵고 테크닉적인 면에 있어서 상당히 까다로운 기교를 요하는 곡이라고 알고 있는데
특히 홀로 오롯이 완주해야만 하는 곡이기에 더 힘든 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1번 부터 6번까지 나뉘어 프렐류드로 시작해
경쾌한 마침표이자 바이올린 소가곡의 소리인 지그로 끝나는 과정으로 분류해
바흐의 생애를 따라가면서 이 곡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지
한편으로는 카잘스의 생애까지 그가 스페인 내전으로 더이상 연주를 멈추고 저항했던 사정과
다시 연주자로서 화려하게 부활하여 수많은 위대한 업적을 남겼고
정치적인 신념으로 죽어서야 고향 스페인에 묻히게 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알려준다.
또한 작가 자신이 바흐와 카잘스를 따라 떠나는 여정속에 만났던 유명한 연주가들과 인터뷰한 내용과
자신이 직접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연주를 기타로 익히게 되는 과정 속에서
말로 표현하기 모호한 관념이 먼저 떠오르게 된다고 하면서
곡을 연주하기전과 연주한 후의 감상하는 방법이 바뀌었다고 한다.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악기라고 하는 첼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오랜 세월 동안 연습곡으로만 인식되었는데
1700년대 만들어진 이 곡이 무려 200년이 지난후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에 의해 유명해졌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있다.
파블로 카잘스가 13살때 우연히 중고 악기점에서 바흐의 자필악보가 아닌
부인 안나 막달레나 바흐가 필사한 버전으로 된 악보를 발견해
대중적인 매력을 입혀 하나의 독립된 연주곡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낮게 웅웅대며 주류악기들을 뒤에서 받쳐주는 정도로 천대받던 첼로를 위해 바흐가 만들었다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가장 소박하면서도 황홀한 소리로 다가오는 첼로의 음으로 기존의 원칙을 깨고 악장들을 춤곡에 맞추어
경쾌하고 밝은 리듬으로 과감하게 시도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 곡은 충분하다.
바흐의 음악인생은 평탄하지 않았다. 20명의 자식을 두었지만 그가운데 많이 죽고 9명이 남았는데
그나마 뿔뿔히 흩어져 살 수밖에 없는 사연들과 음악가로써의 수많은 곡을 남겼지만 원본메뉴스크립트는
그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은 아이러니가 아직까지 밝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의아스러웠다.
바흐의 음악은 19세기까지도 대중적인 공감을 얻지 못하다가 펠릭스 멘델스존에 의해 기획된
오라토리오 '마태수난곡' 공연으로 부활하게 되는데
멘델스존의 '마태수난곡'은 한 편의 훌륭한 오페라를 연상시키는 규모에 반해
느린 저음 악기만을 위해 만들어진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일반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오랜세월이 지나서였다고 한다.
바흐의 음악은 악기를 초월한 음악으로 음악적인 비파괴성이 강해
어떤 악기로 연주해도 탁월한 결과가 나올수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단 하나의 활 줄로 오케스트라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바흐의 음악에 담긴 현대적인 감각이어서
많이 연주되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블로 카잘스는 전쟁과 고통속의 결혼생활로 순탄치 못한 생활가운데서도 그 힘든 시련을 잘 극복해 낸 인물이다.
초기에는 첼로 연주 만큼은 "기막히게 아름다운 음색과 흠 잡을 데 없는 테크닉"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뛰어났고
160세티 미터도 안되는 작은 키와 급속도로 머리가 벗겨지고 있던 중년의 카잘스는 첼로를 재발명해
그의 연주하는 모습은 평론가들의 열광적인 찬사를 이끌어 내어 슈퍼스타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카잘스에게 개인적인 음악이자 영혼의 시그니처이기도 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연주는 형언할 수 없는 즐거움이라는 평과
유명 평론가 쇤베르크의 "세뇨르 카잘스의 활 잡는 팔은 여전히 강인한 듯 했다. 긴 악절을 떨림없이 연주해냈다. 악구법의 너비와
마지막 악장의 율동적인 표현, 열띤 신념, 이 모두가 금세기 최고의 첼리스트라고 불리는 인물의 음악적 유산과 정신을 보여주는 증거였다."라는
인용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작가가 인터뷰한 연주가 중 미샤 마이스키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는데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마치 훌륭한 다이아몬드처럼 잘 깎인 표면에서 다양하게 빛이 반사되는 작품"이라고
"내가 지금까지 연주해본 가장 어려운 프로그램이었어요.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엄청난 집중과 에너지를 요구하죠. 콘서트에서 무반주 첼로 모음곡 3곡을 연주하면 셔츠를 세 벌 갈아입어요.
패션을 신경 써서 그런 것이 아니라 땀에 흠뻑 젖어서죠."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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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여러 앨범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 프렐류드를 비교해 보고
'스티븐 이설리스의 소리는 대단히 매끄럽고, 안너 빌스마는 건조하면서 별나고,
피에르 푸르니에는 우아한 여유로움이 있으며,
피터 비스펠베이는 마법처럼 멋지고, 미샤 마이스키는 웅장하고,
매트 하이모비츠는 서정적이고 악구를 마치 고무줄처럼 늘리는 장난기가 있었다.
그날은 이설리스가 내 취향을 사로잡았다 - 154
첼로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즉 윤기 나는 나무와 줄감개집 위에 자리한 바로크 양식의 스크롤,
상징적인 f홀, 낮은 음자리표로 쓰인 낱장 악보 등은
18세기 귀족의 살롱으로 나를 데려가기에 충분하다 -163
바흐는 이 첼로 모음곡 1번에 카탈류냐 출신의 어린 첼리스트를 넣지는 않았을지라도 젊음과 순수함, 불가능은 없다는
분위기를 담았다. 2번은 언제나 나에게 비극으로 남을 것이고, 3번은 사랑, 4번은 투쟁, 5번은 미스터리다.
이렇듯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에는 저마다 디테일이 살아 있다. 특히 5번의 미스터리에는 이상한 변칙 조율과 무슈 슈스터,
류트 연주자들, 18세기의 화려한 궁중 생활, 그리고 강성왕부터 루이제 고트셰트에 이르는 여러 인물들이 숨어있다.
그리고 무반주 첼로 모음곡 6번은 초월의 경지다. - 279
파블로 카잘스의 연주로 울려 퍼지는 서른여섯 번째 악장인 마지막 지그는 천장이 빙빙 도는 지그 춤을 추는 것처럼 휘청거리는
유쾌함과 소박함이 가득하다. 중세 선술집의 악사가 술에 취해 살짝 휘청거리지만 악사의 손가락 끝에서는 작은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흘러나오는 듯하다. 절반쯤은 무의식적으로 수많은 화음의 씨앗이 흩뿌려진다. 마지막 선율의 마지막 음에 도달해서야
악사는 숨이 차서 깨끗하고 단순하고 아무런 꾸밈없이, 그리고 조금은 갑작스럽게 바로 그 지점에서 멈춘다.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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