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나쁜자석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2017년 4월 12일 수요일 저녁 8시
만개한 봄꽃들 사이로 약간은 쌀쌀해진 봄날씨가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수요일
퇴근 후 연극 나쁜자석을 보기위해 혜화역 2번 출구에서 그리멀리 않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로 향했다.
제목이 다소 낯선 나쁜 자석
하도 평이 좋아 꼭 보고싶었는데 호기심반 기대반으로
도착해서보니 티켓팅을 하려고 길게 늘어선 줄이 새삼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지하 1,2층으로 제법 규모가 큰 공연장은 좌석도 비교적 편안했고
시야가 넓고 쾌적해서 좋았다.
스코틀랜드 작가 더글라스 멕스웰의 'Our bad magnet' 원작을 바탕으로
파도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는 용바위가 있는 작은 바닷가 마을과
폐교가 주 무대의 배경이 되어
고든, 프레이저, 폴, 앨런 4명의 청년들이 9살, 19살, 29살이라는
시간과 그들이 함께했던 공간들을 플래시백형태로 넘나들며
유년시절의 기억들과 사춘기 반항기를 거쳐 청년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어
그들이 나누었던 추억을 회상하며 그 중 고든의 죽음을 기억하면서
지나간 시절의 아픔을 참으로 슬프게 그려내었다.
오늘의 캐스팅
한번도 웃지 않는 고든 역의 문태유 배우
시종 시니컬한 분위기의 프레이져역의 박강현 배우
속물인 폴역의 배두훈 배우
조금 얼빵하면서도 넉살좋은 앨런역의 우 찬 배우
젊음의 혈기가 왕성해서인지
다소 거칠고 반항적인 청년기의 내면에 기재되어 있는
우울과 분노를 거침없이 연기하는 연극이라
배우들의 소모가 굉장히 크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4명의 배우들 모두가 저마다의 개성과 특색을 잘 살려
청년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외국 작품을 번안한 연극이라 그런지 과도한 동성애적인 표현이 어색했는데
성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약간은 상황들이 미묘한 분위기로 이끌었다.
타임캡슐에 친구들은 물건들을 넣지만 고든은 자신의 이야기를 넣겠다며
'하늘정원' 과 '나쁜자석'의 동화두편이 액자속의 연극형태로 구성되어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다소 난해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진지하면서도 늘 고독한 기운이 느껴지는 고든의 역할이
그가 읊어주는 동화이야기인 '하늘정원' 의 온 세상에 가득차있는
아름다운 꽃잎들이 다 떨어지면 슬퍼하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데 작은 씨앗하나 떨어져 있는데
그것이 과연 싹이 날지 아님 죽어버리는지...하는 대사가
마지막 앨런이 만들었다는 기계가 터뜨리는 꽃잎들로 흩날리는 무대위로
오버랩되면서 과연 그들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하는 의문이 남았다.
서로 어긋났지만 서로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친구들
그들의 고든에 대한 감춰진 미안함과 죄책감이
슬프고 아프게 느껴져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가족은 선택할 수 없어도 친구는 선택할 수 있다는 고든의 말에
친구도 선택해 본 적이 없다는 프레이져의 슬픈 대사가
아련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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