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이사벨라아나 2017. 4. 16. 10:41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

2017년 4월 13일 저녁 7시 30분



1949년 플리처상 극본상수상과

뉴욕드라마비평가협회 최우수 작품상과 토니상을 수상한

영미 희곡작가 아서밀러 원작의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지금까지 여러차례 공연되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1930년대 경제대공황을 겪는 시기의 미국의 평범한 한 중산층 가정이야기로

어둡고 암울한 사회의 한 일면을 적나라하게 파고든 시대적 배경이지만

지금의 현실세계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는 스토리로

전체적으로 음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로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극은 30년동안 장거리 영업을 하면서 세일즈맨으로 살아온

한 중년 남자 윌리 로먼(손진환님)이 어느날 커다란 두개의 가방을 들고

집으로 들어오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점점 세일즈는 안되고

아내앞에서는 허풍과 허세를 부리지만 현실은 그저 암담할 뿐이다.

평생 자신을 내조한 부인 린다 로먼(예수정님)과

30대 초반이지만 경제적 자립을 하지 못하고 있는 큰아들 비프 로먼(이승우님),

가족의 무관심속에 그저 방치된 듯 자란 둘째아들 해피 로먼(박용우님)을 중심으로

한 가정이 어떻게 밑바닥까지 파괴되어 버리는 지 밀도있게 그려냈다.




사회적으로 소외되면서 고집세고 독선적인 외로운 가장 윌리와

한때는 미식축구 선수로 잘 나가다가 대학에 들어가지도 못하면서

인생의 밑바닥까지 치달으며 방황하는 큰아들과의

끊임없는 갈등으로 싸움이 계속되면서 가족간의

소통부재로 힘들기만 하는데

잔인하고 혹독하기만한 현실세계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에

 한때 자신이 세일즈맨의 성공으로 회사의 임원이 되는 꿈과

큰아들 비프는 유명 미식축구 선수가 되리라는 희망에 부풀었던 

과거의 시간들로 돌아가는

망상에 젖어 자꾸 거기에 집착하면서

극은 현실과 과거의 시점을 교차하면서

윌리의 처절한 내면상태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무대는 빽빽한 아파트에 둘러싸인 듯한

나무 한그루뿐인 오래되어 낡은 단독주택의 한 단면과

가변적으로 이루어지는 각각의 공간들에 소품으로 즉석에서 설치되어

각각의 장면들을 연출했다.

비교적 어두운 조명과 음향은 극의 분위기를 더욱 비극적으로 고조시켰고

양 옆의 벽이 점점 죄어져 오면서 압박하듯

다가오는 불안과 거기서 부터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지만

어쩔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의 존재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매달 갚아나가야만 한 집과 차 등 각종 할부금들로 숨막히는 생활로

하루하루를 버텨내지만

직장에서는 해고되고 기대했던 자식들은 절망적인 상태로

자신을 옥죄어오고 거대한 벽에 갇혀 더이상 갈곳이 없어

결국에는 생명을 담보로 보험금으로 해결하려고 죽음을 선택하는데

정작 할부금을 다 갚은 집은 그곳에 살 사람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부인 린다 로먼의 한숨어린 독백이 짠하게 다가왔다.


죽음으로써 진정 자유를 얻은 한 가장의

슬프고도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과연 명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