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첫날 본 영화 '캐롤'
토드 헤인즈 감독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사실 이날 아차산 산행을 마치고 영화 한편을 보기로 해서
서둘러 예매를 해서 본 영화인데
산행 3시간 하고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약간 나른한 상태에서 본 영화라 처음엔 집중을 하지 못했다.
이 영화는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멜로 장르영화로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캐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원작자인 패트리샤는 백화점에서 인형판매원으로 일하면서
키가 큰 한 부인으로부터 강렬한 인상을 받았는데
그게 실제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동성애자였던 작가가 직접 사귀었던
두 여인에 관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1950년대의 미국은 세계2차 대전이 끝난 후의 상황으로
경제적으로는 윤택했고 특히 전쟁의 여파로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이 이루어져
지위가 다소 상승되었지만 사회적으로는 가장 보수적이고
복잡하고 혼란한 시기였는데 그점을 감안하면
테레즈와 캐롤의 사랑이 싹트는 이야기는 다소 신선하게(?) 다가왔다.
밍크코트와 붉은 립스틱으로 강한 인상을 주면서도
우아하고 돈이 많은 패셔니스타인 캐롤은
이미 동성애경험이 있고 딸의 양육권을 두고
남편과 이혼소송중인 결혼이라는 굴레를 벗어나려고 하고
이제 막 남자친구와 결혼이라는 제도속으로 들어갈까 말까 하는 테레즈는
선택의 시기에 놓이지만
자신의 미래에 확신이 서지않는
아직은 순수함이 묻어나는
포토그래퍼를 꿈꾸는 여인이다.
둘은 백화점에서 본 후 한순간에 서로에게 끌린다.
서로 마주치는 시선에서 시작한 사랑의 과정은 그리 길지 않다.
서로 전혀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온 두사람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여기서 캐롤은 리드를 하는 입장이고
테레즈는 마냥 끌려가는 느낌을 준다.
케이트 블란쳇이 뿜어내는 자신감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는 달리
루니 마라는 상대적으로 왜소하면서 우유부단한 면이 없지 않은데
그녀들이 서로에게 끌림으로 인한
섬세한 감정의 선이 절제있으면서도 조심스럽게 전해진다.
마지막 순간에
의외로 당당하게 선택을 하는 테레즈.
그것이 과연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영화 속에 흐르는 음악과 영상미는 더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인생에 단 한번, 오직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