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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소설가 - 오르한 파묵

이사벨라아나 2016. 1. 10. 15:15

 

소설과 소설가 - 오르한 파묵 (민음사)

 

이 작가의 '순수박물관'을 읽은 적이 있다.

한 남자(케말)의 지고지순할 정도로 집착하는 한 여인(푸쉰)에 대한 사랑이야기로

주인공 케말은 푸쉰에 관한 추억이 있는 물건들은 무조건 수집했는데

 특이한 점은 오르한 파묵이 터키 이스탄불에 박물관을 직접 만들고

그 수집품들을 전시해 놓았다는 것이었다.

소설의 스토리가 마치 자신의 실제이야기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마지막 책장을 덮을때까지 의구심이 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의문이 풀렸다.

 

이 책은 저자가 하버드대에서 강연한 '소설창작'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의 책 '순수박물관'을 비롯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전쟁과 평화',

스탕달의 '적과 흑',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멜 빌의 '모비딕'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등 다양한 작품들 뿐만 아니라

이탈로 칼비노, 보르헤스,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을 바탕으로 그 속의 캐릭터에서

플롯, 시간, 그리고 소설의 중심부 찾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자신이 원래 꿈꾸었던 화가에서 소설가로 바뀌면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이라는 장르를

이해하기 위해 소설 읽기와 쓰기에 대한 이론을 중심으로

예술 소설에 대한 그의 문학 여정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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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소설을 읽기 시작하는 것은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것임을 소설가들 대부분은 은연중에,

아니면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 18

 

소설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에게 삶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느낌을 얼마나 이끌어 내느냐에 따라

평가되어야 합니다. 소설은 삶에 관한 우리의 중심 사상에 호소해야 하고, 그러한

기대 아래 읽혀야 합니다. - 34

 

인간의 '캐릭터'가 현실 삶에서는 포스터가 문학에서 강조한 것만큼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했지만,

소설에서 중요하다면 삶에서도 중요한 게 틀림없으며, 어차피 난 인생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훌륭한 소설가는 톰 존스, 이반 카라마조프, 보바리 부인, 고리오 영감, 안나 카레니나,

올리버 트위스트 같은 잊지 못할 주인공을 창조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하곤 했습니다. -65

 

먼 곳에서 본 광대한 풍경은 주인공들의 눈과 감각에 의거하여 묘사되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자신을 그들 위치에 놓고 깊이 영향을 받으며, 한 인물의 관점에서 다른 인물의 관점으로

옮겨 가면서 그 인물들 안에서 경험한 느낌을 바탕으로 전체 풍경을 이해합니다. - 76

 

소설의 시간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적한 것처럼 객관적이지도 않고 일직선도 아닙니다.

주인공들의 주관적인 시간일 뿐입니다. - 80

 

소설가는 눈앞에 떠올린 이미지가 오로지 단어로 옮겨졌을 때만 의미가 있으며, 단어로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상상하는 법을 배울수록 머릿속에 있는 시각적,단어적 사고의 중심부들이

서로 가까워진다는 것을 느낍니다. - 94

 

우리가 읽은 책이 강렬하고 설득력이 넘치는 만큼 우리 마음속 결핍감도 깊어집니다. 우리의

영혼에 있는 '소박'한 구석이 소설에 지극히 빠져 있을 때는 그 세상이 상상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실망을 느끼게 됩니다. - 120

 

마치 박물관이 사물을 보존하는 것처럼, 소설은 인간의 평범한 생각과 이 주제에서

저 주제로 건너뛰곤 하는 이성의 불연속성을 구어로 표현함으로써 언어의 묘미와 색과

냄새를 보존합니다. 소설은 단어, 표현, 관용구만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일상 대화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기록합니다. - 127

 

나에게 소설의 중심부는 어떤 소설이 종국에 우리에게 삶에 대해 가르쳐 주고, 느끼게 해주고,

암시해 주고, 보여 주고, 경험하게 한 심오한 어떤 것입니다. - 156

 

소설을 읽을 때는 전체 텍스트를 판단하거나 논리적으로 규명하는 데 에너지를 동원하기보다는

우리 상상 속에서 세세하고 뚜렷한 그림으로 재현하고, 그 그림들 속에 들어가 사방에 지각을 열어

두려고 애써야 합니다. -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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