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의 작품은 '인간의 굴레에서', '달과 6펜스'이후 세번째인데
'인생의 베일'은 단테의 '신곡' 연옥편에서 영감을 얻어 착안해서 쓴 소설로
무대배경 또한 자신이 중국으로 긴여행을 다녀온 후여서 그곳으로 정했다고 한다.
제목은 영국의 시인 셸리의 소네트
"오색의 베일, 살아 있는 자들은 그것을 인생이라고 부른다."에서 가져왔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영국 여성인 키티는 혼기가 꽉찬 나이가 되자
자기보다 어린 동생이 먼저 결혼할 것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초조한 마음으로 인생을 도피하듯 사교모임에서 만난 자신을 사랑하지만 정작 그녀는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 월터와 결혼을 하고 그를 따라 영국의 식민지인 홍콩으로 간다.
그곳에서 매력적인 유부남인 찰스 타운센드와 부정을 저지르고 그것을 알게된
남편 월터는 콜레라발병 지역인 중국의 오지마을로 그녀를 데려간다.
키티는 거기서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고 정신적으로 성장하면서
잘못된 사랑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스스로를 치유하면서 월터에게 용서를 구하지만
남편 월터는 끝내 용서하지 않은 채
자신의 아이인지조차 모르는 아이를 임신한 키티에 대한 절망감으로
죽음(자살로 추측함)을 맞이한다.
키티는 월터의 죽음 후 뒤늦게 그것이 진짜 사랑이었음을 뉘우친다.
그녀는 영국으로 가기위해 다시 홍콩을 거쳐 가다가
육체적 애욕을 이기지 못하고 찰스 타운센드와 다시 관계를 한 자신을 경멸하고
후회하는데 여기서 인간의 한없이 나약하고 여린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것 같았다.
화려하고 번드레한 겉치레의 유혹에 넘어가
진짜 소중한 것을 놓치는 키티처럼
인생은 베일 속에 가려져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끊임없이 벗겨내면서
변화하고 성숙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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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도(道). 우리들 중 누구는 아편에서 그 '길'을 찾기도 하고, 누구는 신에게서 찾고,
누구는 위스키에서, 누구는 사랑에서 그걸 찾죠. 모두 같은 길이면서도
아무 곳으로도 통하지 않아요." - 236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들이 한갓 환영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그들의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역겨움 없이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유일한 것은 인간이 이따금씩 혼돈속에서 창조한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들이 그린 그림, 그들이 지은 음악,
그들이 쓴 책, 그들이 엮은 삶, 이 모든 아름다움 중에서 가장 다채로운 것은
아름다운 삶이죠. 그건 완벽한 예술 작품입니다." - 265
"관현악단의 각 단원들이 자신의 작은 악기를 연주할 때 허공 속으로 퍼져 나가는
복잡한 하모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요? 그들은 오직 그들 자신의 작은 역할에만
신경씁니다. 하지만 그들도 교향곡이 아름답다는 걸 압니다.
듣는 사람이 없어도 그것은 여전히 아름답고 그들도 자신의 역할에 만족합니다." -265
"그것은 '길'과 '길을 가는 자'입니다. 그것은 모든 존재가 걸어가는
영원한 길이지만, 어떤 존재도 그것을 만들지는 못합니다.
그것 자체가 존재이니까요. 그것은 만물과 무(無)이지요. 그것으로부터
모든 것들이 자라나고, 모든 것들이 그것을 따르며, 마침내 그것으로 모든 것들이
돌아갑니다. 각이 없는 네모이고, 귀로 들을 수 없는 소리이며, 형태 없는 상(像)이랍니다.
그것은 거대한 그물이고, 그물코는 바다처럼 넓지만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합니다." -266
교향곡의 복잡한 하모니를 뚫고 들려오는 의기양양한 아르페지오의 풍부한
하프 선율처럼 어떤 생각이 그녀의 마음을 계속 두드렸다. - 283
냉혹하고 군림하기 좋아하고 야심찬 여인의 죽음에 의해 모든
세속적 야욕을 좌절당한 채 이렇게 꼼짝도 않고 조용히 누워 있는 걸 보고
키티는 희미한 비애감을 느꼈다. - 320
과거는 끝났다. 죽은 자는 죽은 채로 묻어 두자.
너무 무정한 걸까? 그녀는 온 마음을 다해 자신이 동정심과 인간애를 배웠기를 바랐다.
어떤 미래가 그녀의 몫으로 준비되었는지 모르지만 어떤 것이 닥쳐오든 밝고 낙천적인
기백으로 그것을 받아들일 힘이 자신의 내부에 자리하고 있음을 느꼈다. - 329
모든 인간의 번뇌가 하찮게 쪼그라들었던 그때, 태양이 안개를 헤치며 떠올랐고
구불구불한 길이 논 평원 사이를 뚫고 작은 강을 가로질러서 시야가 닿는 곳까지
쭉 펼쳐진 장면이 그녀의 눈에 선했다. 굽이치는 자연을 뚫고
지나간 그 길은 그들이 가야 할 길이었다. -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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