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서 출생했지만 세 살 때 부모의 고향인 이탈리아로 이주해
농학자였던 아버지와 식물학자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과 접하며 자랐으며
대학도 농학을 전공하다 문학부로 졸업한 이탈로 칼비노.
보르헤스, 마르케스와 함께 세계 3대 환상문학작가라고도 불린다.
예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우연히 도시에 대한 사진전을 본 기억이 있다.
그때 전시 곳곳에 칼비노의 문장들이 쓰여있었는데 아마 이 책과 연관이 있지 않았나 생각되었다.
작가는 후기에서 이 책을 한 번에 몇 줄씩, 마치 시를 쓰듯 여러가지 영감에 따라 썼다고 한다.
베네치아의 젊은 여행자 마르코 폴로와 황혼기에 접어든 타타르 족 황제 쿠빌라이 칸 사이의
가상 대화 방식으로 도시의 본질과 그 궁극적 성격을 암시하는데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과 무관하지 않게
짤막짤막한 스토리로 도시와 건축에 대한 상상력으로 환상속의 도시로 빠져든다.
기억, 욕망, 기호, 교환, 눈, 이름, 죽은자, 하늘 과 섬세한, 지속되는, 숨겨진, 형용사로 이루어진
제목들이 대칭적인 구조로 비연속적인 시공간 속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끊임없이 묘사하는데 여러갈래의 형태로 이루어진 도시들은
긍정적이면서도 조화를 이루기도 하지만 부조화를 드러내는 부정적 이미지로 펼쳐지는데
칼비노가 추구하는 미래의 도시는 바로 현실 속에 있으며
지옥이라고 느끼면 지옥을 받아들여 지옥이라고 느끼지 않는 것이고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 거기에 공간을 부여하여 그것의 성질을 지속지키는 것이
지옥을 벗어나는 방법이라고 피력한다.
그것은 삶의 무게에 짓눌린 현재의 도시를 잘 파악하고
삶의 무게를 덜어내 가벼워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한다.
도시를 본질적인 요소들로 축소하여 도시를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도시는 기하학적 합리성과 인간 존재들이 뒤얽힘 사이의 긴장을 표현할 수 있는
보다 큰 가능성을 부여해 주는 상징이기 때문에 칼비노는 이 책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많이 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수많은 상상들의 도시들을 환상의 세계로 묘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도시들의 비정상적인 요소들을 줄여나가면서 실제로 존재할 가능성을 보지만
그들의 환상의 세계에나 존재하는 도시들은 과연 꿈에서나 볼 수 있을까?
마치 천일야화를 듣는 듯 또다른 어떤 도시가 펼쳐질 지 궁금하여
책을 계속 손에서 놓치 못하게 하는 그의 치밀하고 세세한 도시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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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초록의 도시 가장자리는 땅속에 묻혀 있는 호수의 검은 윤곽을 반복합니다.
보이지 않는 풍경이 보이는 풍경을 결정짓고, 햇빛 아래 움직이는 모든 것이 석회암의 하늘 아래 갇힌 채
이리저리 흔들리는 물결에 좌우됩니다. - 30
"도시는 형태를 찾는, 복잡하게 뒤얽힌 관계들의 망입니다." - 90
'살다 보면 자기가 알고 지냈던 사람들 가운데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날이 찾아오게 돼.
그러면 마음은 다른 얼굴, 다른 표정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지. 새로운 얼굴을 만날 때마다 거기에
옛 형상을 새기고 각 얼굴에 가장 적당한 가면을 찾게 되지' -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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