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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 존 윌리암스

이사벨라아나 2016. 1. 1. 20:59

 

스토너

존 윌리엄스 장편소설

김승욱 옮김

RHK

 

새해 첫날 읽은 책 '스토너'

이 책은 존 윌리엄스가 1965년에 발표한 소설이지만

50년의 시차를 두고 미국과 유럽 그리고 세계 각국의 나라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2015년 1월 즈음 출판되었다고 한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을 교수로 살면서 문학과 함께 인생을

살다간 어찌보면 지극히 평범할 수도 있는 한 남자 '스토너'의 이야기이다.

마치 실제 이야기처럼 이 책의 작가 존 윌리엄스의 삶과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작가는 책의 첫머리에서 허구임을 밝힌다.

 

농업을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미주리대에 들어갔지만

세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접하면서 영문학에 빠져

전공마저 바꾸는 스토너는 지도교수 아처슬론의 권유로

석,박사 과정을 거치고 대학의 강사로 서게되고

파티에서 사랑에 빠진 여인 이디아와 결혼하지만

이내 불행한 결혼임을 알아차린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으로 사회는 혼란스럽고 하는 과정에서도

스토너는 묵묵히 그저 자신만의 산을 오른다.

 

스토너는 삶의 주요한 고비가 있을 때마다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고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1차 대전때에는 친구 고든 핀치와 데이브 마스터스가 참천하지만

그는 참천하지 않았고 불행한 결혼생활에 있어서도 아내의 불만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희생을 감수한다.

또한 딸 그레이스의 일탈에 있어서도

묵묵히 침묵만을 고수한다.

43세에 찾아온 캐서린과의 사랑도

어쩔 수 없는 현실앞에서 이별을 고하는 현실적인 방법을 택한다.

 

동료교수인 로랙스와의 불화에 있어서도 그냥 수용하는 자세를 취하는데

그것이 단지 학문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을까?
스토너는 항상 외로웠던 거 같다. 결혼생활도 그렇고 친구관계도 형식적일 뿐

그의 내면의 고민을 터놓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끝까지 학교에 남을 것을 고집했지만 자신에게 찾아온 병마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여태까지의 상처와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죽음을 맞이한다.

 

과묵하고 욕망도 그다지 많지 않고 연애도 제대로 못해본 스토너지만

자신의 문학에 대한 신념만은 꿋꿋한

한 남자의 단순한 실패 스토리는 아닌 것 같은데

뭔지 모를 이끄는 힘이 이 책을 끝까지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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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문학, 언어, 정밀하고 기묘하며 뜻밖의 조합을 이룬 글 속에서 그 무엇보다 차가운

글자를 통해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는 마음과 정신의 신비, 이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을

그는 마치 위험하고 부정한 것을 숨기듯 숨겨왔지만, 이제는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그러다가 대담하게, 종내는 자랑스럽게. - 159

 

그는 보잘것없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배운 것들 덕분에 이런 지식을 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우울하고 역설적인 기쁨을 느꼈다. 결국은 모든 것이, 심지어 그에게 이런 지식을

알려준 배움까지도 무익하고 공허하며, 궁극적으로는 배움으로도 변하지 않는 무(無)로 졸아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 252

 

그가 줄곧 어둡고 갈색이거나 검은색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눈동자는 짙은 보라색이었다. - 272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레이스가 떠난 뒤 조급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순간들이

가끔 있었다. 별로 여행을 하고 싶지도 않으면서 여행을 떠나는 순간을 기대하는 사람처럼.

모든 여행자가 그렇듯이, 그도 떠나기 전에 할 일이 아주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일들이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 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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