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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의 축제 - 밀란 쿤데라

이사벨라아나 2015. 12. 29. 17:07

 

 

무의미의 축제 - 밀란 쿤데라

 

알랭과 샤를, 칼리방, 라몽 이 네사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지만

서로 연결이 되지 않고 뚝뚝 끊어지면서

결국은 어떤 식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구성으로 전개된다.

 

거리의 여자들을 보고 배꼽을 들먹이며 여자의 매력에 대해 생각하고,

배꼽의 신비에 사로잡히고 느닷없이 어머니를 떠올리는 알랭,

암이 아닌데도 암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파티를 여는 다르델로에게 오히려 친근감을 갖는 라몽,

프랑스인이지만 파키스탄인 흉내를 내며 엉터리 파키스탄어를 쓰며 자신을 신비화하려는 칼리방

그 가운데 샤를은 스탈린의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전한다.

 

흐루시초프의 회고록에 나오는 스탈린의 자고새이야기는

사냥을 나갔던 스탈린이 24마리의 자고새를 발견하는데 총탄이 12개뿐이어서

12발을 쏘고 다음날 다시 12발을 장전해 남아있던 12마리의 자고새들을 죽였다고

약간은 어처구니 없는 농담을 하는데

동료들은 거짓말이라고 역겨워하면서 욕을 했다는 일화인데

농담과 거짓말의 경계가 과연 무엇인지....

 

스탈린그라드와 레닌 그라드는 다른 도시이름으로 바뀌었지만

전립선이 비대해 심할때는 2분마다 화장실을 가야했던 칼리닌 -

'아무런 실질적 힘도 없던 사람, 아무 죄없는 가여운 꼭두각시, 그러면서도 오랫동안 소비에트 연방

최고희의 의장, 그러니까 의전상 국가원수였던 사람'(-38)

에마뉴엘 칸트가 평생 살았던 쾨니히스베르크 라고 불렸던 프로이센의 도시가

2차대전 후  스탈린에 의해 칼리닌그라드로 명명했는데

스탈린그라드가 볼고그라드로, 레닌그라드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바뀌었지만

칼리닌그라드는 바뀌지 않았던 것은 스탈린이 자신앞에서

오줌을 참는 사투를 벌이는 칼리닌에게 특별한 연민이 있어서일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짧지만 의미심장한 문장들이 많아서

어디까지가 환상이고 현실인지 모호했다.

 의미와 무의미

하찮은 것들과 하찮지 않은 것들의 구분은

존재의 본질에서 오는 것이겠지만

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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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부끄러웠던 것은 아니다. 그가 의아했던 것은 그

거짓말을 왜 했는지 자기 자신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거짓말을 한다는 건 보통

누구를 속이거나 어떤 이득을 얻기 위해서다. 그런데 생기지도 않은 암을 꾸며 내서

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자기 거짓말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이상하게도 그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 19

 

"사람들은 살면서 서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하고, 다투고 그러지,

서로 다른 시간의 지점에 놓인 전망대에서 저 멀리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는 건

알지 못한 채 말이야." - 33

 

"이제 나한테 하찮고 의미없다는 것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더 강력하고 더 의미심장하게 보여요.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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