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빌라 아말리아 - 파스칼 키냐르

이사벨라아나 2015. 8. 29. 21:28

 

빌라 아말리아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문학과 지성사

 

누군가 한번쯤 아니 그 이상 지금까지의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그것을

실천하기에는 현실은 많은 장애물이 있어 늘 희망을 꿈꾸다가

이내 접어버리고 만다.

 

이 책을 펼쳐 조금 읽어내는 순간

여태까지의 마음속에서만 꿈꾸었던

 누군가의 로망을

아주 과감하게 실천하는 여주인공 안 이덴의 행동에

 바로 매료되었다.

 

마흔 일홉살인 피아니스트며 작곡가인 안 이덴은

15년동안 동거한 토마가 출장간 사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아파트를 비롯 

가구며 기타 남아있는 모든 것들을 정리하며

이제까지의 삶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새로운 삶을 시도한다.

 

나폴리만의 이스키아섬 벼랑 중턱에 있는

푸른 지중해를 굽어보는 '빌라 아말리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사랑하는 대상을 사람에서 빌라로 바꾸면서

그 매력에 푹 빠져 잠시 행복감을 맛보지만

그녀를 둘러싼 인간관계에서 유독 죽음이 많이 나오면서

결국에는 빌라를 떠나고 마는데....

 

우리는 언젠가 죽지만

짧은 인생에서  

어쩔 수 없이 결국에는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

고독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파스칼 키냐르의 시적인 문장들이

마치 여행이야기처럼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는듯

낯설면서도 내내 그 속에 있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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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분노의 감정을 품고 있는 동안은, 그것이 가슴을 에너지로 채우고, 뇌를 흥분시키고,

마음속의 계획들을 부추긴다. 시선에 힘을 실어준다. 시각을 떠받친다.

시간을 자극한다  - 84~85

 

아무도 자신이 어디 있는지 모를 수 있다면 말이다.

그것은 다른 시간이리라.

그 시간을 다른 여인이 살게 되리라.

그 시간은 다른 세계에 존재하리라.

그 세계가 다른 삶을 열어주리라. - 95

 

별안간 등에 진땀을 흘린 채로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녔다.

그녀는 단지 한 남자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열정과도 헤어지는 것이었다.

이것은 바야흐로 헤어지려는 열정을 느껴보는 방식이었다. -104

 

전경 왼쪽에는 카프리 섬과 소렌토의 곶, 그리고 아득히 펼쳐진 바다.

그녀는 바라보는 즉시 몸이 얼어붙었다.

그것은 풍경이 아니라 누군가였다.

사람은 아니고, 물론 신도 아니고, 한 존재였다.

특이한 시선.

어떤 사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구체적인 얼굴. - 147

 

자신의 운명을 자각한 그녀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나는 결연히 그곳으로 달려간다.

어떤 것이 내게 결여된 그곳에서 내가 헤매고 싶어지리라는 느낌이 든다." - 123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속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모든 사랑에는 매혹하는 무엇이 있다.

우리의 출생 한참 후에야 습득된 언어로 지시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된 무엇이 있다. - 156

 

이따금 슬픔은 어떤 방법으로도 치유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커질 뿐이다. - 268

 

공생 관계에서는 각자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상대방을 사정없이 착취한다.

만일 하나가, 우연히, 상대방을 과도하게 착취하는 경우, 그로 인해 파트너는 질식한다.

상대방이 굶주리게 되면 그 자신도 죽는다. 공생 관계를 균형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 - 318

 

사라짐으로써 고통으로 가득해진 왕국을 만들어내는 것은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욕망이었다 - 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