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빗소리를 들으며 에밀 아자르의 '자기앞의 생'을 읽었다.
알제리 출생으로 매춘부의 어머니를 둔 작가의 혈통이나 삶의 궤적이 그대로 녹아있는
슬프고 우울하고 어두운 환경속에 살면서 불행한 인생을 경험한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이 책은 10살(실제로는 14살) 모모와 65살 로자 아줌마의 끈끈하면서도 묘한 우정(?)관계속에서
전혀 다른 유형의 이웃들과 더불어 유사한 환경속에 살아가면서
다소 아이러니한 스토리로 예기치 않은 반전이 의외였다.
세살 때 모모는 파리의 뒷골목 창녀 출신 로자아줌마 집에 맡겨진다.
그녀가 나이들고 아파서 죽음을 향해 가면서 있던 아이들도 하나둘 떠나고
서로 다른 인종의 아이들 중 제일 나이많고 로자 아줌마가 의지할 수 밖에 없는
또다른 짐을 지게되는 인생을 짓누르는 그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야만 했던 모모.
슬픈 결말이지만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져
읽는 내내 모순투성이의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모모의
'사람이 사랑없이 살 수 있나요? '하는 물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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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아마도 내가 충분히 오래 앉아 있지 않아서인지
모르겠다. 이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항상 좋은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그때를 잘 만나야만 하는 것이다. 기적은 없는 것이다. - 67
나는 어느 대문 밑에 앉아 시간이 가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란 것은 이 세상 무엇보다도 늙은 것이어서 지독히 천천히 가고 있었다. - 107
"약속해요, 로자 아줌마."
"카이렝?"
"카이렝."
이 말은 유대어로 '나는 당신에게 맹세한다'라는 뜻이고 나는 그 말에 경의를 표한 것이다.
나로서는 로자아줌마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면 무슨 약속이라도 했을 것이다.
아무리 늙었다고 해도 행복이란 것은 여전히 필요한 것이니까. - 186
노망이 들기 전 하밀 할아버지가,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한 말은 옳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집 식구들에게 아무것도 약속할 수가 없다. 두고 보아야겠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계속 그녀가 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집 아이들이 같이 있자고 조르니까 얼마 동안은 같이 있고 싶다.
나딘 아줌마는 내게 세상을 거꾸로 돌아가게 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그것에 굉장한 흥미를 느껴, 온 마음을 다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라몽아저씨는 내 우산 아르튀를 찾으러 가기까지 했다. 감정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르튀르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므로
내가 몹시 걱정했기 때문이다. 사랑해야만 한다. -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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