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본 일본영화 '종이달'
일본에서 종이달은 가장 행복했던 때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을 때 서정적인 분위기를 위해서
초승달 모양의 종이달을 그려서 같이 찍는다고도 한다.
이 영화에서는 지폐와 상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담겨있는 듯하다.
같은 제목의 소설 원작을 읽지 않아서인지
약간 이해가 가지 않은 부분들이 좀 있었는데
시대적 배경은 1994년부터로 나온다.
평범한 주부였던 주인공 리카는 은행의 파트타임에서 정식 계약직원이 되고
거래를 위해 일일히 가정집을 다니면서 영업을 한다.
남편과의 사이에는 아이도 없고 별로 애정이 없는 듯 보인다.
어느날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 화장품을 사면서 모자란 1만엔을
수금한 돈에서 꺼내면서 그의 뜻하지 않은(?) 범죄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꺼내 쓴 돈을 바로 채워 넣지만
돈많고 까탈스러운 고객의 집에 방문했다가 그의 손자를 만나게되고
그와 불륜적인 사랑에 빠지면서 정기예금을 빼돌리게 되고 그 고객의 돈을
거액의 빚투성이인 손자에게 건넨다.
그러면서 어린시절 기부장면과 교차되어 나오는데 그때의 심리와
지금의 심리가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손자와의 사랑행각과 허영이 가득 찬 소비를 하면서
자신이 갖지 못했던 것을 채우려고 했을까?
위조서류를 만들어가면서까지 벌이는 횡령이라는
금융범죄는 점점 대담해지고 자신의 쾌락에 빠져든다.
고객의 손자인 열두살 연하 고타와의 사랑놀음과 더불어
점점 더 크게 벌이게 되는 그녀의 씀씀이는
걷잡을 수 없고 결국은 은행직원들이 의심을 하게 되어 조사를 벌여
발각이 된다.
그녀의 사랑도 깨지고 점점 죄어오는 현실이라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고자
의자로 창을 부수면서 과감하게 탈출하여 질주를 하는데 마치
자신이 어디로 가야할 지 잘 아는 것처럼 달린다.
마지막 장면이었던
태국으로 도피한 리카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어떤 당당함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은 뭘까?
그녀가 가짜삶으로 추구하는 허영과 쾌락이 계속되는 동안 상황들이 약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진짜 삶에서의 짜릿한 쾌감은 어쩌면 거짓의 삶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해머링 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