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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도스토예프스키

이사벨라아나 2015. 6. 30. 21:05

 

책을 사놓고 한참을 그냥 두었다가 맘먹고 꺼내 들었는데

역시 읽는 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사형선고를 언도받고 8년에 걸친 수감생활을 하면서

거기서 유일하게 읽은 성경을 토대로 신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오는데

책의 서두에도 요한복음서 12장 24절인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로 시작된다.

 

카라마조프라는 뜻이 '악에 문드러진'이라는데

제목부터 비극적인 이 소설이 이기적이면서 탐욕의 집적체인 아버지 표도르 카라마조프를 비롯

첫번째 부인이 낳은

드미트리와 두번째 부인이 낳은 이반과 알료사 

그리고 그의 사생아로 추측되는 스메르자코프를 중심으로

재산문제와

그루센카와 카체리나 두여인을 둘러싼 얽히고 섥힌

애증의 관계로 벌어진 갈등의 참상으로 이루어지면서

구원이나 부활, 불멸등의 종교적 개념과 더불어

대심문관과 그리스도, 악과 선, 악마와 신 등 이분법적인 구도로

재판 과정의 끈질긴 반론의 묘사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해할 수 없는 부자관계와

성격이 전혀 다른 세 형제를 통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치정과 돈, 그리고 죽음이라는 비극을 낳으면서

누가 진짜 아버지를 죽인 범인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변론만 오고간 채

결국은 드미트리가 살인을 했다는 유죄가 언도되면서

드미트리의 탈출계획을 세우는데

석연치가 않은 결말이 다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책 속에서 (3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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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새로운 인간이 부활했어! 그 인간은 나의 내부에 갇혀 있었는데, 이렇게 끔찍한

벼락이 떨어지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나타나지 않았을 거야! 탄광에서 이십 년 동안 망치로 원석을 캐내게

된들 어떠냐, 난 이런 건 전혀 두렵지 않아. 지금 내가 무서운 다른 거야, 바로,

저 부활한 사람이 나를 떠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지! - 172 -

 

자신의 의지와 과학의 힘으로 시시각각 무한히 자연을 정복함으로써 인간은 예전에 자신이 갈망했던

천상의 열락을 모두 대체해 줄 만큼 드높은 열락을 시시가각 맛보게 될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부활의 가능성이 없는, 그야말로 필멸의 존재임을 알게 될 것이되,

신처럼 오만하고 평온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는 너무도 오만하기 때문에 인생이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불평할 이유도 전혀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고, 이제는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자신의 형제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 296

 

미챠는 배신을 함으로써 그녀를 영혼 깊숙이 모욕해 버렸고 그녀의 영혼은 그것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복수의 순간은 느닷없이 날아왔고, 모욕받은 여성의 가슴속에

그토록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쌓여온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이번에도 느닷없이 수면 위로 터져 나와 버렸다. - 3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