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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 파스칼 메르시어

이사벨라아나 2014. 5. 27. 19:10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들녁출판사

 

예전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린적이 몇번 있었는데 매번

앞부분만 조금읽고 미처 읽지못한 채 반납한 기억이 있다.

얼마전 우연히 같은 제목의 영화를 보면서 책을 꼭 구입해

읽어야지했는데 그 욕구가 강했나보다.

일주일동안 이 책에 푸욱 빠져 지냈다.

책 속의 주인공인 고전문헌을 강의하는 그레고리우스가

어느날 아침 자살을 시도하려는 여인을 만나고

그 여인이 아주 낯선 이방인인 포루투갈인이었으며

우연히도 서점에서 발견한

포루투갈어로 쓰인 '언어의 연금술사'를 읽으면서

어떤 끌림으로 그 글을 쓴 작가 아마데우 프라두의 발자취를 따라서

현재의 삶을 팽개치고

과감하게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오를 때

타인의 삶을 통해서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 보는 듯

이제까지의 삶에서 벗어나 또다른 자신을 발견하며

전혀 새로운 인생으로 시도하는 모습에서

과연 한번 뿐인 인간의 삶에 있어 작가의 표현대로

우리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 경험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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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사람들의 만남이란 한밤중에 아무런 생각 없이 달려가는 두 기차가 서로 스쳐 지나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우리는 뿌연 창문 저편의 흐릿한 불빛 속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 시야에서 바로 사라져서 알아볼 시간도 없는

사람들에게 빠르고 덧없는 시선을 던진다. - 123

 

-움직이는 기차에서처럼, 내 안에 사는 나, 내가 원해서 탄 기차가 아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아직 목적지조차 모른다.

먼 옛날 언젠가 이 기차 칸에서 잠이 깼고, 바퀴 소리를 들었다. 난 흥분했다. 덜컥거리는 바퀴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머리를 내밀어 바람을 맞으며 사물들이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속도감을 즐겼다. 기차가 멎지 않기를 바랐다. 영원히

멈추어버리지 말기를, 절대 그런 일이 없기를. - 485

 

기차가 지나는 거리만큼 기억이 지워지고, 세상이 조금씩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가 베른 역에 도착할 때면

모든 것이 예전과 똑같아진다면 여기에 머물렀던 시간도 사라지는 걸까?    - 534

 

그레고리우스는 사진을 다시 훑어보고, 또 한 번 보았다. 과거가 그의 시선 아래에서 얼어붙기 시작했다.

기억은 과거를 고르고, 조절하고, 수정하고 속일 것이다. 기억 말고는 다른 근거가 없으므로,

누락과 비틀기와 거짓을 나중에 인식할 수 없다는 점이 소름끼쳤다. - 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