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최근에 읽었던 책이 김병종의 '화첩기행'이었다.
책 속의 예의 길을 따라가면서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 근현대회화 100선 전시회를 꼭 관람하고 싶었다.
혼잡한 주말을 피해 평일 오후 느긋하게 동행인과 함께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겨오는 풍경을 따라 미술관으로 들어가니 먼저 포스터가 반긴다.
한국근현대사라는 역사의 격랑속에서 함께 한
1920년대부터 1970년대 까지 거의 반세기동안
한국화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대표작 100점을 전시했는데
출품작은 전국 각지의 미술관이나 기관은 물론
개인 소장자들로부터 빌려온 소장품들도 많아
이렇게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아마도 다시 없을 듯 싶다.
전시 구성은
1부 근대적 표현의 구현,
2부 새로운 표현의 모색,
3부 전통의 계승과 변화(수묵채색화),
4부 추상미술의 전개로 나뉘어져
시대적 특징 또한 작품속에 잘 나타나 있었고
57명의 화가들이 그린 수묵채색화나 유화들의 변화과정을 통해서
한국 미술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작품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꼽을 수 있다.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이 똑똑 떨어질 것만 같은 자연스러움이 녹아있는 추상화가 인상적이었다.
그밖에도 귀가 안들리고 언어능력까지 상실한 김기창 화백의 '아악의 리듬'이나
내면의 우울한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천경자의 '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독특한 기법으로 판화같은 느낌이 나는 박수근의 그림들과
어릴 때부터 유독 소를 좋아했고
그림보다 삶이 더 극적이었던 너무나도 유명한 화가 이중섭의 소그림들도
의미있게 다가왔다.
두시간이 넘게 전시작품을 보고 나오니 밖은 이미 어둠으로 바뀌어 있었다.
우리나라 화가들의 작품 전시 오랜만에 보게 되었는데
굴곡진 역사속에서도 시련을 견디며 이렇게 발전시켜온 예술가들이 참으로 위대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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