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1889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쓰러져 그로부터 정신적인 발작을 일으켜
10여년간 정신병으로 투병하다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토리노의 거리에서 한 마부가 말이 움직이지 않자 사정없이 채찍질하는 광경을 보고
니체가 말을 감싸안으며 흐느꼈다는 내용의 일화를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면서 어둠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니체와 상관있는 영화는 전혀 아니다.
등장인물이 아버지와 딸, 그리고 그들이 키우는 말이 거의 전부이다.
아주 단조로우면서도 어둠으로 시작해서 어둠으로 끝나는 일종의 파멸을 예고하듯
흔히 영화에서 말하는 롱테이크 기법으로 6일 동안의 일을 매일 매일 되풀이하면서도
섬세하고 미묘한 차이로 하루 하루를 그려내고 있다.
대사도 거의 없고 하루의 일상도 아침에 일어나면서 딸이 우물물을 길어 감자를 삶고
한쪽 팔을 사용하지 못하는 아버지 옷입는 시중을 들어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삶은 감자를 먹고
다시 옷을 벗고 잠자리에 들기까지의 일상들이 되풀이된다.
첫째날 마부에 말을 들여다 놓지만 둘째날부터는 말은 왠일인지 먹는 것도 거부하고 움직이는 것조차 하지 않는다.
셋째날도 넷째날도.... 결국에는 우물물도 마르고 황량한 돌풍만 부는 그곳을 떠나기를 시도하지만 다시 돌아오는 부녀.
기름도 떨어지고 불도 없어 삶은 감자 대신 생감자를 먹는 아버지 앞에 딸은 먹는 것을 거부한 채 그냥 가만히 보기만 한다.
그리고 느닷없이 어둠과 함께 영화는 끝이난다.
오직 생을 연명하기 위해서 삶은 감자를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의 그림과 거의 흡사하다.
영화를 보면서 삶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본다. 진정한 삶의 무게는 과연 어떤 것일까?
흑백화면으로 이루어진 황량하고 거친 벌판 속에서 남루한 삶의 흔적들이 더할 나위없이 황폐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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