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라는 낯선 세계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이 책은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되어 있어 처음에
시선을 집중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지만
어느정도 책장을 넘기니 시대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아주 동떨어진 세계가 이끄는
또다른 스토리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읽는 내내 호기심을 자극해
책에서 손을 쉽게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넓고 넓은 사막으로 광활하고 척박한 땅 중앙아시아.
전쟁중 부상으로 힘든 노동을 하지 못해 새로운 정착지로 떠나면서 만난 사람
까잔갑을 통해 노란 스텝지역의 아주 작은 간이역에서 일을 하게 되는 예지게이가
그의 오래된 친구이자 은인인 까잔갑의 죽음으로
전통적인 장례절차를 이행하고자 그의 시신을 묻으려고 떠나는 하루동안의 행렬을 하면서
지나간 예지게이의 가난하면서도 슬프고도 험난했던 이야기가 함께 진행된다.
다소 엉뚱한 SF적인 공상과학과도 같은 이야기가 중간 중간 이어지는데
참 방식도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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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낙타들은 오래산다. 그리고 아마도 틀림없이 그 때문에 암놈 낙타들은 다섯 살이 되기까지는 새끼를 낳지 않고
그 뒤로도 해마다 낳는 것이 아니라 2년마다 낳으며 새끼들은 다른 어떤 동물들보다도 더 오래 - 열두 달 동안 -
젖을 먹을 것이다. - 39 -
여기서 기차들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지나간다.
이곳의 철길 양편에는 널따랗게 펼쳐진 광대한 불모지 - 중앙아시아의 노란 스텝 지대, 사리-오제끼가 놓여있다.
여기서는 모든 거리가 철도로 쟤어진다. 그리니치 본초 자오선으로부터 경도가 정해지듯.....
그리고 기차들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지나간다. - 150 - (이야기의 흐름을 연결시켜주는 모티브로 자주 나온다)
돔브라 소리를 들으면서 예지게이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음악이 그의 생각을 과거로부터 현재로, 그리고 내일 그를 기다리고 있을 시련으로 이끌어 갓다.
그의 마음속에는 자기에게 소중한 모든 것들을, 온 세상을 위험으로부터 숨기고 보호하고 싶은 욕망이 일고 있었다.
그는 그것들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러자 그의 삶과 관련이 있는 모든 사람들의 불행은
얼마간 자기탓 때문이라는 어렴풋한 느낌이 마음속에서 은밀한 후회를 불러일으켰다. - 2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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