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작고한 작가 이윤기님의 산문집이다.
고은 시인의 '그 꽃'이라는 시 일부에서 따온 제목이 눈에 띄어 빌려온 책이다.
작가는 어렸을 때 이미 독서의 세계에 빠져들어 전인교육을 지향하는 틀에박힌 학교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서
자신만의 고전읽기에 빠져 구약성서나 호메로스, 장자, 공자를 스승으로 삼고 거기에서 삶의 지혜와 살아있는 공부를 한 것 같다.
작가에게 고전은 '아리아드네의 실꾸리'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얼마전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란 책소개에 있어서도 비슷한 것을 들은 기억이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꾿꾿하게 남아있는 책,
즉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을 통해 자신의 실을 놓치지 않아 미궁 탈출을 시도하였다고 한다.
그밖에 일본인에 대해서, 베트남에서의 군대생활의 추억과 더불어 자연과의 생활, 친구와 인연에 대하여,
또 노래를 좋아하여 그 누구 앞에서라도 당당하게 부를 수 있는
자기만의 색깔을 과감하게 내보일 줄 아는 그의 삶이 참 멋지게 살다 가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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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그 꽃 -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그대가 붙잡고 따라가는 한 가닥 실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 눈에는 이 실이 보이지 않아.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이걸 잡고 있는 한. 길 잃을 염려는 없지.
슬픈 일들은 일어나게 마련이어서
사람들은 다치기도 하고 죽어가기도 한다.
그대 역시 고통 속에서 나이를 먹어가겠지.
세월이 펼치는 것은 그대도 막을 수 없으니
오로지 실만은 꼭 붙잡되, 놓치지 말아야 한다.
동악성제의 가르침 "하루 공부한다고 해서 현명함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무지에서는 멀어진다.
하루 나태하게 군다고 해서 무지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현명함에서는 멀어진다.
공부하는 사람은 봄 뜰의 풀과 같아서 그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나날이 자라는 바 있으나,
공부하지 않는 사람은 칼 가는 숫돌과 같아서 그 닳아가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은 나날이 닳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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