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혼자 여행을 거의 해본 적이 없는 나는 늘 어디든지 가끔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로망을 갖고 있었지만
어떤 막연한 보이지 않는 두려움과 모르는 곳의 낯설음 그리고 박차고 떠날 수 있는 용기마저 없어서
마냥 다음으로 미루기만 하고 남들의 여행기를 읽으면 그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했는데
이 책을 읽고서야 작은 용기가 생겼다고 할까?
단지, 지도 한 장과 배낭 하나 달랑 메고 고속버스 터미날로 가면 행선지가 어디든지 목적지까지 쉽게 갈 수 있을 텐데
난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스스로가 생각해도 여행을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만 생각했었나 보다.
여자 혼자서 하는 도보여행. 그것도 평탄한 육지가 아닌 우리나라 남쪽 끝인 남도의 섬지역,
진도를 비롯 소록도, 거금도, 거문도, 청산도, 보길도, 노화도 등을 두루두루 직접 걸으면서
사방 보이는 것은 바다라서 정말 흔한 것이 바다인 섬들을 느낄 수 밖에 없고
아무 두려움없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스스럼없는 부대낌이 아직도 살만한 세상인가 보다.
숙박지를 미리 예약하지 않고 갈 곳을 정하지 않고 여유있는 시간을 갖고 무작정 발길 닿는 대로 떠날 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여행이 진정한 여행이 아닌가 싶다.
사실 여름휴가로 짧은 여행을 했지만 차를 타고 유명 관광지만 체크해 가서 그곳만 잠깐씩 둘러보고 물론 날씨가 더운 탓도
있었지만 번개불에 콩구워먹듯 스쳐지나가면서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집에 와서도 둘러보았던
관광명소들이 헷갈리기 까지 하고 작은 메모도 할 겨를없어 정확하게 기억에 남지 않음에
참 허탈한 기분만 들었는데 평소에 여행을 잘 하지 않은 탓에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을 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아이를 다 키워놓고 가정에 얽매일 것 없이 떠나는 작가의 여행은 참 편안하고 느긋해 보인다.
무작정 닿은 시골길을 걸으면서 산에 오르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고
길이 끊겨 걸었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는 경우도 많고
식당에서 혼자왔다는 이유로 문전박대하는 경우에
그냥 굶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많이 벌어진다는 것.
하지만 우리네 시골인심이 아직 남아 있듯이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선뜻 잠자리를 제공받는 것은 시골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 아닐까.
완도 주변에만도 크고 작은 섬들이 200여개나 된다는데 보길도에도 다리가 생겼다니 이제는 섬이라고도 할 수
없이 참 편리해진 교통에 배를 타야만 건널 수 있는 섬의 낭만이 없어 약간은 삭막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리가 생김으로 인해서 배편이 줄어든 상황으로 차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불편해졌다는 것을
속속들이 체험하지 않고서야 어찌 알겠는가 싶다.
거의 1여년에 걸쳐서 했다는 섬 도보여행.
책에 실린 사진들이 유명한 풍경이나 촬영지도 있지만 그 곳에서 나는 특산물과 더불어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아주 소박한 풍경들이 참으로 정감있게 다가왔고
몇날 며칠을 발이 아파가면서 걸어 구석구석 살핀 흔적이 보였다.
그 먼 남쪽 끝 섬들이 아직은 요원하게 느껴지지만
이 책 한권으로 나도 어디론가 가고싶을 때 그냥 지도한장 들고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에 감사하고 싶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신경숙 (0) | 2010.08.28 |
---|---|
순수박물관 2 - 오르한 파묵 (0) | 2010.08.16 |
순수 박물관 1 - 오르한 파묵 (0) | 2010.08.02 |
일요일의 마음 - 이남호 (0) | 2010.07.23 |
외면일기 - 미셸 투르니에 (0) | 2010.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