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터키로 떠나면서 선물로 준 책.
이슬람교의 영향으로 개방적이지 못한 사회적 여건을 가진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위치한 터키.
조금이라도 터키의 문화나 사회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알게 하려고 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천천히 세부적으로 음미하면서 읽었다.
책정보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 채 제목이 순수박물관 이라고 하여 좀 특이했는 데
형식 자체도 모던 클래식이라고 현재진행형의 고전인 듯
마치 먼 과거속의 이야기를 현재인냥 그러면서 현재를 먼 미래로 쓴 자전적 소설인 거 같기도 하고
실제로 책을 읽다보면 자신의 소설속 과거 사랑의 흔적이 담긴 증거물들을 때로는 의도적으로 고스란히 수집해
떠나간 사랑에 대한 향수를 음미하며 순간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데 사용하는데
실제로 순수박물관을 만들어 전시해 놓고 입장료를 받고 있나보다.
아직 2권을 읽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어느모로 보나 완벽한 조건을 갖춘 약혼녀가 있고 부러울것 없는 터키상류층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남자 케말은
약혼녀의 선물로 가방을 사러 들어간 가게에서
먼 친척뻘인 아름다운 젊은 아가씨 퓌순을 만나면서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빠져 그녀와의 부적절한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약혼식이 거행되는 날 함께 춤을 추면서
그들은 위험한 사랑을 계속 하기로 약속하지만
퓌순은 흔적하나 남기지 않은 채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케말은 그녀가 떠난 후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퓌순이라는 것을 깨닫고
떠난 애인에 대한 광기어린 집착으로 하루하루를 사랑했던 순간들만 기억하며 그녀를 향한
그리움으로 현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오직 퓌순을 찾는데만 신경을 쓴다.
하루하루 이어지는 그녀의 대한 그리움으로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던 멜하메트 아파트에서 혼자
그녀와의 추억이 묻어있는 물건들을 만지며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자신만의 갇힌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약혼녀는 결국 그를 떠나버리고
그는 오직 퓌순을 찾는 일에만 몰두한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마침내 퓌순에게 한장의 편지를 받고 그녀의 집을 방문하지만
이미 결혼을 한 상태고 자신을 초대한 이유는 단지 퓌순의 남편이 만들 영화제작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마음속으로는 절망을 하지만
그저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며 영화일로 일주일에 두 세번 만남을 행복하게 여긴다.
언젠가는 그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채.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맹목적으로 한사람에게 빠질 수 있는지...
퓌순의 남편에게 지독한 질투를 느끼면서도 그저 만날 수 있는
끈을 이어가는 것에 만족하는 케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해지는 거라는데
상대방의 행복이 자신에게는 더할 수 없는 고통을 안기는 것을 부인하지 못하면서도
어쩌지도 못하는 그가 자신이 사랑을 했던 순간만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갇힌 사고로 평생을 그 속에서 벗어날 수 없음이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간의 고통이 담긴 심리를 적지않은 페이지에 참으로
심도 깊이 다룬 특이한 스토리로
솔직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여
그 상처의 고통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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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내 이성은 그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잊고 싶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은 놀라운 사실이 다시 내 마음속 깊이 파고 들었다.
저녁 식사 시간에 노란 물주전자의 손잡이를 잡을 때마다, 삶이 나를 떠밀어 넣은, 그리고 어머니가
질책과 슬픔이 뒤섞인 눈길을 보내며 말없이 상기시키던 나의 불행이 시작된 나날들을 떠올리곤 했다.
모든 것을 물 흐르듯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삶이 내게 관대하게 선사한 희열과
행복의 맛을 조급해하지 않고 만끽하는 것이 가장 좋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그 누구도, 경험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는 자신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어쩌면 열정적인 순간에, 삶의 그 황금의 순간을 '지금'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진정으로(그리고 자주) 생각하거나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혼 한구석에서는 앞으로
이 순간보다 더 아름답고 더 행복한 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도 믿는다.
누군가를 아주아주 사랑하면,그를 위해 우리의 가장 귀중한 것을 내주어도 그로부터 해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
희생이란 바로 이런 거야.
행복한 순간들 이후에 남겨진 물건은 그 순간의 기억,색깔,보고 만지는 희열을, 그 행복을 느끼게 해 준 사람들보다 더
충실히 간직하고 있다.
영리한 사람들은 인생이 아름다운 것이며,인생의 목적이 행복이라는 것을 잘 알지.그런데 나중에는 바보들만
행복해져.이것을 어떻게 설명하지?
대부분의 인간에게 삶은 진심을 다해 살아가야 하는 행복한 것이 아니라,압력과 차별 그리고 믿을 수밖에
없는 거짓들로 이루어진 좁은 공간에서 연기를 계속해 가는 것임을.
진정한 박물관은 '시간'이 공간으로 변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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