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 6개월에 걸쳐 연재되었다는 원고를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한다.
작가가 새벽 3시에서 아침 9시까지 깨어 매일 글에 몰입하겠다는 독자와의 약속을 지켰다는데
이 책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찬란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청춘시대인
20대의 사랑이야기 일거 같으면서도 죽음을 통한 이별의 아픔과
주변인들의 사라짐으로 인한 상실의 고통으로 약간은 무겁게 다가왔다.
함께 있을 때면 매순간 오.늘.을. 잊.지.말.자. 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을 갖는 것과
누군가에게 언제든 내.가. 그.쪽.으.로 .갈.게. 라고 하는 사랑이 되었으면 한다는
윤교수의 메시지로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상실의 아픔을 통과하면서 세상을
나아갈 수 있는 청춘들에게 작은 치유와 성장을 할 수 있는 발신음으로 다가갔다고 할 수 있다.
1인칭으로 쓰여진 윤의 이야기와 갈색노트라고 명명된 명서의 짧은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윤, 단, 미루, 명서를 통해 여러 개의 종이 동시에 울려 퍼지는 것 같은 사랑이야기가 될 거라고 했는데
단과 미루의 죽음으로 윤과 명서는 같이 있는 그 자체가 서로에게 아픔을 떠나서 지극히 흉측하게 될 거라는
절망을 안고 애써 이별을 하지만 윤교수의 임종을 앞두고 팔년만에 재회를 한다.
팔년만에 전화를 걸어왔을 때 대뜸 '어디야?' '내가 그쪽으로 갈까?' 라고 말하는 사이였음을 새삼 느끼면서
명서의 갈색노트 마지막에 '언.젠.가. 언.젠.가.는.정.윤.과.함.께.늙.고.싶.다. 는 그의 문장을 발견하고
그 문장 뒤에 윤은 내.가.그.쪽.으.로.갈.게 라고 적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토리보다는 작가 특유의 문체들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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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하고 싶은 문장들이 너무 많았다.
기억이란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비수를 품고 있기도 한 모양이다. 내가 그 말을 마음에 두고 지냈던 것도 아니고
이제 까마득하게 잊을 만한 세월이 지났는데도 나의 무의식은 이 순간에 그 말을 끄집어내 사용하고 있으니. 나는 내가
알아서 할게. 하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있을 때
그쪽으로부터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말을 듣고 나면 더이상 그 곁으로 다가가지 않는 축에 드는 사람이었다.
그 말은 긴 세월 동안 잃어버린 퍼즐조각처럼 내 안에서 떠돌다가 방금 내 입을 통해 그의 귓가로 돌아간 것이다.
변하지 않은 것들은 오래전의 그 순간과 지금의 이 순간을 한순간에 섞어버린다.
우리 모두는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차안에서 피안으로 건너가는 여행자일세.(윤교수의 크리스토프 이야기 중에서)
걷는 일은 스쳐간 생각을 불러오고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바라보게 했다.
그.때.의.그.기.쁨.만.큼. 이라는 말이 나의 마음속에 빗방울처럼 떨어졌다.
사랑은 이 세상의 모든 것.
우리가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그거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서)
왜 그때 그러지 못했나, 싶은 일들.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아, 그때!
나도 모르게 터져나오던 자책들.
그 일과는 상관없는 상황에 갑자기 헤아리게 된 그때의 마음들.
앞으로 다가오는 어떤 또다른 시간앞에서도 이해가 불가능하거나 의문으로 남을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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