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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일기 - 미셸 투르니에

이사벨라아나 2010. 7. 23. 21:45

에밀 졸라의 제자라고 하는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

그는 자잘한 일상적인 얘기보다 신화적이고 큰 주제들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 읽기가 좀 망설여진다. 난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친구의 부탁으로 써 준 것인데 작가자신은 진짜 책은 아니라고 애써 말한다.

그냥 여행을 하면서 이것저것 메모하는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는데 그곳에는 여행의 스케줄 뿐만 아니라

여행중에 관찰한 것도 있고, 생각난 것, 책 읽다가 힌트를 얻은 것 등의 생각들의 메모를 1월 부터 12월까지

나누어서 자신의 사생활을 적은 '내면의 일기'가 아닌 외면적으로 관찰하거나 생각난 것을 적은 의미로

'외면일기'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소설을 쓸 때도 상상만으로 쓰지 않고 꼭 현장에 가서 답사를 하고 노트를 한다는 그.

다리가 아파서 파리의 페르 라 셰즈 묘지와 몽마르트르 쪽을 갈 수 없어 4년전 구상한 흡혈귀에 관한

소설을 더이상 쓸 수 없다고 하는 작가.

괴테나 빅토르 위고같이 앞에 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아야 비로소 유명한 사람아니냐는

어머니와의 대화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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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에서

  

시간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그러나 시간은 또한 우리가 싫어하는 모든 것, 모든 사람들.

우리를 증오하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또 고통, 심지어 죽음까지도 파괴하는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결국 시간은 우리들 자신을 파괴함으로써 우리의 모든 상喪과 모든 고통의 원천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내가 볼 때 지식은 비길 데 없이 아름답고 심오한 것이다. 철학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빛이 있고

수학에는 온갖 절묘한 감칠맛이 있으며 여러 가지 과학에는 전광석화와도 같은 효율성의 열쇠가 담겨

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 무엇보다도 문학과 예술에는 장엄하고 아름다움이 있다.

'완전한 삶'에 있어서의 큰 문제 : 창조와 발명의 <총람>, 그리고 거기에 따르는 불균형, 결함 및 실수들?

 

정원의 백합이 몇 시간 안에 모두 다 활짝 핀다. 나는 빅토르 위고의 시를 생각한다.

"대자연이 달콤한 달이었지.

언덕 위에는 백합꽃들 피어 있고."

시의 주인공 부즈는 뜻밖에 나타나는 사랑 앞에서 탄성을 올린다.

"내 나이 이제 팔십을 넘겼느니!"

이거야말로 내게 딱 맞는 구절이로다!

 

"avoir le coeur gros(마음 아프다).

나는 프랑스어의 이 숙어를 좋아한다.

이 표현을 보면 슬픔은 결핍이 아니라 그 반대인 가득함, 즉 추억, 감정, 눈물 등이

넘쳐날 정도로 너무 가득한 상태임을 암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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