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토요일 웬 봄날씨는 저리가고
뿌연 황사가 마치 노을 속의 저녁무렵을 연상케 할 만큼 앞을 가로막았으나
즐거운 마음으로 두산아트홀로 갔다.
제목이 메노포즈여서일까? 중년여인들로 이미 공연장 입구에는 꽉차 있었다.
사실 메노포즈가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뮤지컬을 관람하게 되었는데 폐경기라고 한다.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시작되는 배우들의 열연과 열창으로 이내 빠져든 공연속에서
나또한 뮤지컬에 나오는 여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
보이지 않는 동질감을 느꼈고 분위기에 쉽게 동화될 수 있었다.
젊었을 때는 스포트 라이트를 받던 화려한 주연급 배우였지만
나이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조연으로 밀려난 독신 연예인,
남편과 이혼하고 사업으로 성공하지만 그 역시 여자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허전한 이혼녀.
은퇴후 도시생활을 접고 시골에서 목가적인 전원생활을 하지만 하루종일 남편과 붙어지내면서
답답함을 느끼는 귀농녀.
그리고 지극히 평범한 전업주부가 백화점에서 만나
벌이는 수다.
여성이면 누구나 갱년기를 맞이할 것이고 거기에 따르는 우울증이나 건망증,
또 육체적으로 느끼는 호르몬의 이상으로 온갖 증상의 신체적 불균형으로
마치 인생이 끝난것 같이 느껴지는 시기겠지만
수동적으로 체념할 것이 아니라 그시기를 지혜롭게 받아들이고 처신함으로써
후반기 인생을 활력있고 후회하지 않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원하지 않은 살이 찌고 옷태가 나지 않아 입고 싶은 옷을 입지 못하고
그밖에도 노안, 청력감퇴, 불면증 등등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타나는 증세를
코믹한 몸짓과 넋두리로 참으로 재치있게 표현해 내고
그에 맞게 율동 또한 흥을 돋우웠다.
뮤지컬을 보면서 배우들이 뱉어내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눈물나게 웃을 수 있었고
단지 연극이 아닌 진짜의 삶 자체에
머지않아 곧 부대낄 갱년기도 적극적으로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의 뮤지컬이 삶의 엔돌핀으로,
앞으로의 삶 또한 지극히 단순하고 나른한 일상의 연속일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소박한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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