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얇은 책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거 같고 '집착'이라는 제목이 선뜻 이 책을 집어들게 만들었다.
장편소설이라 하기에는 너무 짧은 이야기.
프랑스의 문제적 작가라고 하는데 역시 자전적 허구가 아닌가 싶다.
비교적 성공한 삶을 사는 한 중년 여자가 자신보다 어린 연하의 남자와 6년간의 동거관계를 끝내면서
그남자의 새로운 연인에 대한 처절하리 만치 집착하는 심리묘사를 참으로
섬세하고 원색적으로 표현했다.
싫증이 나서 헤어졌지만 그 후로도 가끔씩 만나면서 그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기게 되자
그와의 접촉이 자유롭지 못하고 통제를 당하면서
전혀 보지도 못하고, 알지 못하는 단지 그의 여자라는 이유로 그녀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차서
모든 여자가 다 그녀로 보이고 행복도 불행도 타인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처럼
자신도 억제하지 못하는 통제불능상태로 되어 빠지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글로써 씀으로 이야기는 끝이난다.
책 속에서
그녀는 가는 곳마다 나를 따라오며 내 감정을 좌우했다. 동시에 이 끊을 수 없는 존재로 인해 나는
강렬한 삶을 살게 되었다. 그녀로 인해, 전에는 결코 알지 못했던 내면의 움직임을 알게 되었고,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온갖 것들을 꾸며낼 힘과 에너지를 발휘하게 되었고,
열에 들떠 끊임없이 움직이게 되었다.
나는 그와의 헤어짐으로 인해 고통받기 시작했다.
그 여자에게 사로잡힌 상태가 아닐 때면, 나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의 의미를 띠게 된,
우리가 함께 보낸 과거를 악착같이 상기시키는 외부세계의 공격 표적이 되었다.
글쓰기는 더이상 내 현실이 아닌 것, 즉 길거리에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를 엄습하던 감각을
간직하는 방식, 그러나 이제는 '사로잡힘'이자, 제한되고 종결된 시간으로 변해버린 그것을 간직하는 방식이었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인생의 글쓰기 - 김용택, 김원우, 서정오, 도정환외 (0) | 2009.11.29 |
---|---|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 - 안상헌 (0) | 2009.11.29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김영갑 (0) | 2009.11.22 |
사우스 브로드 1,2 - 팻 콘로이 (0) | 2009.11.11 |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 함민복에세이 (0) | 2009.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