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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이사벨라아나 2009. 9. 8. 23:49

진작부터 읽고 싶은 책이었으나 도서관에 없어서 기회가 닿지 않았는데

빌릴 수 있어서 읽게 되었다.

감옥살이 20여년 동안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로 묶인 책을 읽으면서

처음 초등학생들과 연이 닿은 청구회추억이야기에서 저자가

참 따뜻한 마음을 가진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옥이라는 사각의 틀에서

고루하고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 사색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는 것.

무기징역이라는 형을 받고도 하루하루 수감자의 생활을 묵묵히 감내하며

그것을 고통이라고만 여기지 않고 고서를 읽고 독서로부터 생각하는 폭을 넓히려고 애쓰고

감옥속에서도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형성하면서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다는 글.

기약없는 내일을 살지만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내려는 그의 긍정적인,

살아있는 그 자체를 감사하는 그 모습속에서 다소 숙연해졌다.

한자 한자 또박또박 쓰여진 그의 그림이 곁들인 영인본의 엽서 속에서

어두운 시간을 조용하고 견고하게 견디어 온 그의 고통이 묻어남을 느낀다.

매번 세모와 새해가 알리는 시작과 더불어 봄이 되면 봄을 느낄 여지도 없이 이내 여름이 찾아들고

가을 또한 짧게 스쳐지나가 긴 겨울을 맞이하는 되풀이 됨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그에게서 있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여 오랜 징역살이를

계절의 변화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터득하여 극복하는 그의 지혜로움또한 보인다. 

부모님이 오히려 자식걱정을 해야하는 상황을 적은 편지글을 읽을 때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빌린 책이라 깨끗하게 읽으려고 노력했는데

아뿔사 한장이  두군데 얼룩이 묻었다.

그 얼룩을 표나지 않게 하려고 다시 손을 대었는데 어떻게 할 도리없이

더 엉망이 되어 버렸다.

용서해 주시길 바라면서...

 

책 속에서

 

이성부의 '어머니가 된 여자는 알고 있나니' - 시

 

어머니 그리워지는 나이가 되면

저도 이미 어머니가 되어 있다.

 

우리들이 항상 무엇을

없음에 절실할 때에야

그 참모습 알게 되듯이.

 

어머니가 혼자만 아시던 슬픔.

그 무게며 빛깔이며 마음까지

이제 비로소

선연히 가슴에 차오르는 것을

넘쳐서 흐르는 것을.

 

가장 좋은 기쁨도

자기를 위해서는 쓰지 않으려는

따신 봄볕 한오라기.

자기 몸에는 걸치지 않으려는

어머니 그 옛적 마음을

저도 이미

어머니가 된 여자는 알고 있나니.

저도 또한 속 깊이

그 어머니를 갖추고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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