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금산사로 가면서 챙긴 책.
한때 박완서님의 책 대부분을 읽은 지라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얼마전 선물받은 책이어서 다시 한번 읽게 되었다.
금요일 오후 일찍 도착한 터라 절내를 한바퀴 돌고 달리 할 일이 없어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책읽느라 바로 옆에 있는 모악산의 연리지도 못가본 것이 약간 아쉬움으로 남는다.
88년 아들을 잃은 시기에 올림픽열기로 가득했던 순간들.
나또한 추억이 묻어나는 시기여서 잠시 상념에 빠졌다.
작가와는 달리 난 그 시기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들여밀면서 찾아온 내 인생의 황금기.
지금생각하면 참 철없이 보냈다는 생각밖에는....
아무튼 아들을 잃고 난 작가의 지극한 고통과 슬픔이 있는 그대로 표현되면서
누구나 자신에게 닥친 상처가 세상에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라는 동감을 하면서도
좀 심하다 싶은 생각도 들기도 하고....
채송화씨보다 작은 신앙심 운운할 때는 찔리기도 하고,
글로써 통곡의 과정을 풀어내면서 영혼이 치유되어 우리앞에 나타날 수 있는 작가에게서
생명은 그 자체가 축복이라는 글이 새삼스럽게 크게 다가왔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고유의
비밀에 싸인 개인적인 세계를 지닌다.
이 세계 안에는 가장 좋은 순간이 존재하고
이 세계 안에는 가장 처절한 시간이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는 숨겨진 것
한 인간이 죽을 때에는
그와 함께 그의 첫눈도 녹아 사라지고
그의 첫 입맞춤, 그의 첫 말다툼도....
이 모두를 그는 자신과 더불어 가지고 간다
벗들과 형제들에 대하여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으며,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이에 대하여
우리는 과연 무엇을 알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의 참 아버지에 대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모든 것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사람들은 끊임없이 사라져 가고....
또다시 이 세계로 되돌아오는 법이 없다
그들의 숨은 세계는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아하 매번 나는 새롭게
그 유일회성(唯一回性)을 외치고 싶다.
책속의 책 '죽음이 마지막 말은 아니다'-G.로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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