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쓴 작가 메리 앤 세퍼는 런던 여행중 잠시 들른 건지아일랜드에서 영감을 얻어
편지로만 쓰여진,
마치 실화같은 이야기로 다소 두께가 있는 책 한권을 만들어 냈다.
책 첫장을 읽은 순간 책을 손에서 놓기가 아쉬울 정도로 책속으로 빠져들었다.
안타깝게도 저자는 책의 출판을 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2차대전 독일군이 건지섬을 강점한 시기에 한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둘러댔던 '문학회'의 특이한 이름이 책의 표제이다.
먹는 것조차 어려웠던 시기에 급조했던 감자로 만든 파이. 문학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던 회원들이
그 타이틀로 모이면서 서서히 문학에 대한 관심영역이 넓혀지고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진다.
이 책의 주인공인 줄리엣은 또다른 책을 내기 위해 소재를 찾던 중 건지섬에 사는 '도시 애덤스'라는 청년으로 부터
찰스램 수필선에서 줄리엣의 메모를 보고 편지를 보내오는 것을 계기로 나아가서는
건지섬 문학회 회원들과의 서신왕래로 스토리가 펼쳐진다.
전쟁의 상처로 희생된 엘리자 베스의 죽음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소설로 쓸 것으로 결정하고 에리자베스에 대해
연구하고 취재하기위해 건지섬으로 건너가 정착하면서 엘리자 베스가 남겨둔 딸 키티를 돌보며
결국에는 처음 편지로 이어진 도시애덤스와 결혼하게 되면서 소설은 끝난다.
문학회라는 모임에 걸맞게 많은 책속의 책이야기가 나온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작가 찰스램을
비롯해 세익스피어, 브론테 자매, 제인 오스틴등과 오스카 와일드의 편지이야기까지 다양하다.
이 책에는 메모, 전보, 편지만으로 이루어진 길고 짧은 이야기로
한사람만이 아닌 여러사람들과의 서신 교환으로 각자 그들의 사소한 삶속을 엿보면서
서로간의 믿음과 애정을 키우는 과정이 담겨 있다.
손편지를 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니, 이제는 컴터 자판앞이 아니고는 아주 사소한 글마저 쓸 수 없다.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며 예쁜 편지지를 많이도 버린 옛날의 추억들이
아련해지고... 문자를 통한 즉각적인 반응에 너무 익숙한 현시대에,
아직도 문자주고받기에 낯선 내모습을 보며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나 하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해본다.
책 속에서.
그 책이 어떻게 건지 섬까지 가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책에는 귀소본능이란 것이 있어서 자기에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게 아닐까요? 그것이 사실이라면 즐거운 일이지요.
작은 관심하나로 책 한 권을 읽게 되고, 그 책 안에서 발견한 작은 흥미때문에 그 다음 책을 읽게 되고, 거기서
찾아낸 것 때문에 또 다시 다음 책을 읽게 되는 거죠. 그렇게 해서 독서는 기하급수적으로 진행됩니다.
거기에는 가시적인 한계도 없으며,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이유도 없습니다.
서점을 서성거리는 사람들 중에는 자기가 어떤 책을 찾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괘 많다는 점이에요. 그들은
그저 서점을 둘러보면서 자신의 취향에 맞아떨어질 만한 책을 마주치게 되기를 바라는 거죠.
출판사에서 써 놓은 자화자찬 광고를 신뢰하지 않을 만큼 똑똑한 사람들이라면 점원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하겠죠.
1. 무엇에 관한 책인가?
2. 당신은 이 책을 읽어봤는가?
3. 읽을 가치가 있는가?
카툴루스의 매춘에 관한 시(못생긴 매춘부가 대가를 요구하자 쓴 시)
저 한물 간 매춘부는 제 정신인가?
나에게 천 세스테르티우스나 요구하다니?
코가 저렇게 못생긴 주제에?
남성 동지들이여, 여자의 관리감독은 우리의 몫이니,
친구들과 의사들을 불러모으라: 저 여자는 미쳤다.
자기가 예쁘다고 착각하고 있으니.
누군가 새로운 사람에게 눈을 뜨거나 마음이 끌릴 때, 어디에 가든지 갑자기 그 사람의 이름이 튀어나온다는 것을 알아차린 적이 있는지요?
내 친구 소피는 그것을 우연의 일치라고 부르고, 교구목사였던 심플리스 씨는 '은총'이라고 부릅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새로운 사람이나 새로운 사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는 세상을 향하여 일종의 에너지를 발산하게 되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찾아온다는 겁니다.
생각해봐요! 우리 서로를 원하면서도 서로 눈치채지 못한 척하면서 영원히 그렇게 흘러갔을는지도 모르잖아요.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증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그것 때문에 인생 전체가 파괴될 수도 있는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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