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행'이란 프랑스 영화에서 직업이 작가인 주인공은
소설가는 타인의 삶을 훔치는 직업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더욱 떳떳하게 자기를 밝힐 수 없어 본명이 아닌
필명을 쓸 수 밖에 없다는 말이
이 책을 읽으면서 수긍이 갔다.
'가면의 생'은 로맹가리의 또다른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새벽의 약속'이후 두번째로 읽는데
이 책 또한 약간은 산만한 스토리에 진짜
정신병자가 아니었나(인간은 누구나 그런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싶을 정도로 자신의 정체가 알려지지 않는 것을 원하며
그것에 대한 심한 강박관념에 시달리면서까지
자신을 위장하려고 한다.
또한 자신의 삶이 책을 통해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을 혐오하고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온갖 궁리를 다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그의 유고작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을 통해서 그의 정체가 밝혀졌듯이
파란만장하지만 비교적 성공적인 삶의 이면에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어 자신을 표현하는
이름마저 여러개를 나타내며 그 누구도 아니면서도
그 자신일 수밖에 없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기에
끊임없는 고뇌속에 결국에는 권총으로 자살하게 되지 않았을까 ....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 드러나지않는 익명이라는
가면을 통해 살 수 있다면 삶 자체가
좀 더 더욱 자유롭고 가볍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연치고는 좀 묘하지만 '겨울여행'에 나오는 주인공 또한
마지막에는 권총으로 자살을 한다.
책속에서.
시작이란 없다. 나는 누군가의 자식이고, 사람은 각자의 차례대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
그러고는 어딘가에 소속된다.
나는 그 굴레에서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 온갖 시도를 다 해보았다. 하지만 그 일을 해낸 사람은 없었다.
인간이란 모두 어딘가에 더해진 존재다.
내게는 타고난 언어감각이 있다. 침묵에 귀를 기울이면 침묵의 말까지 알아들을 수 있다.
침묵은 특히 끔찍한 동시에 가장 알아듣기 쉬운 말이기도 한다. 오히려 생생하게 살아 울부짖는
말이야말로 무관심 속으로 떨어져 아무도 듣지 않는다.
나는 글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다. ~ 나, (무엇보다도 ) 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언어가 일단 발음되고 쓰이면, 출구와 비상구를 메워버리고
확실성이라 불리는 창살을 창에서 떼어버리기 때문이다.
~ 그는 자기 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으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피하는 거야.
문학에서 모든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문학은 언제나 부분일 뿐이지. 한 권의 책에서 '모든것'을
말하겠다는 건 초심자의 생각이야. 경험부족에서 나온 거지.
나는 정체가 밝혀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
존재하는 것이야말로 스스로를 위해 자기 자신을 회복하는 거예요. 그것은 단순히 존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진정으로 찬란하게 존재하는 거죠.
존재하지 않으려 애쓰면 애쓸수록 나는 더욱 존재하고 있었다.
내게서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더더욱 나를 광고하는 셈이었다.
은밀하게 감춰져 있던 나의 추악함이 맨눈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드러나고 말았다.
~ 그 유일하고 집중되고 제한적인 과녁을 언론들은 날마다 더 잘 보이고 상처입기 쉬운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것은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정체성이었다.
천지창조가 예술적인 행위였다고 말한다 해도 넌 놀라지 않겠지? 다양하고 풍성한 고통없이는,
죽음없이는,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주제없이는 문학도, 영감의 원천도 있을 수 없어.
우리가 그것을 어디서 찾겠니? 천지창조는 오직 예술적인 목적에서 이루어졌네
그 성공은 수많은 걸작들로 증명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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