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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가족 - 공선옥

이사벨라아나 2009. 5. 10. 11:07

 공선옥의 '유랑가족'

사실 그녀의 책은 처음 접한다. 매번 읽고 싶은 유혹은 있었지만

왠지 가난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로 쓰는 작가라 일부러 회피하지 않았나 싶다.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

많은 등장인물속의 각 장마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결국은 한 통을 이룬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한이 시골마을인 신리로 내려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아직은 근대화가 되지않은 오지의 농촌의 삶은 가난할 수밖에 없고

살기가 팍팍한 현실에 아내들은 그곳을 탈출하고야 말고 

또한  아내를 찾아 나서는 남편들은 다시 도시의 컴컴하고 소외된 곳을 전전하며

떠돌이 생활로 이어질 뿐 가난의 질곡은 그저 순환되기만 하고 

남겨진 노인들과 아이들의 생활은 피폐함 그 자체로 남는다.

 

집나간 아내들의 생활도 녹록하지가 않다.

도시로 나오면 더 편하게 살 줄 알았던 것들이

현실로 부대끼면서 한낮 허망된 신기루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허탈감.

그저 노랭방이나 전전하면서 사랑이라는 미명아래 다가오는 남자의 정에 속고

그들 속에서도 돈때문에 서로속이고 그 과정에서 칼부림이 나고....

그저 남아있는 것은 악다구니밖에 없는 것 같다.

 

아직 철거되지 않은 동네에 살면서

열악하기만 한 환경속에

마음마저 황폐해져 삭막해지는 삶들.

 

가난이라는 것을 절대적으로 벗어나지 못한 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대대로 내려오는 가난 이라는 굴레속에

또다시 어쩔 수 없이 자신들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가난때문에 가족이 와해되어 뿔뿔히 흩어진다고 유랑가족이라고 했을까?

밑바닥 인생들의 결말 조차 너무 허무하게 비극으로 끝나버리고 말아 

책을 덮고도 먹먹해진 마음이 오래갔다.  

 

작가의 말에서

가난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죄인처럼 살아간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생활의 안전은 물론이거니와

인격도 인권도 보장되지 않는 게 현실이지 않은가.

그리고

나는 가난한 작가일 뿐.

가난하여 '이 땅 어디에도 삶의 터전을 마련하지 못하고 떠도는'유랑민처럼

나 또한 가난한 '유랑작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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