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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클라라 - 카트린 로캉드로

이사벨라아나 2009. 4. 12. 13:48

 

 

 

 

오전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 중 예전에 정이현의 책에서 보았던 '밤의 클라라'를 집었다.

 

밤의 클라라 - 카트린 로캉드로

 

첫번째 여행

17세의 어쩡쩡한 나이인 클레르(본명)는 아버지와의 심한 언쟁으로 무작정 집을 떠나 파리로 와

묵게 된 호텔에서 보게된 창녀들의 생활에서 자신의 과거를 잊기위한 수단으로

그 세계로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낮에는 책을 읽고 운동을 하며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면서 저녁 8시가 되면 밤의 클라라로 변해

손님을 받고 또다시 마지막 열차를 타고 삶의 경계를 넘어온다.

밤의 생활과는 전혀 네거티브한 낮의 생활.

노 맨스 랜드(No man's land)라고 규정짓고

마치 그것들이 서로 섞이면 죽을 만큼 힘들어질 수 있다는 강박관념 속에

자신의 원칙을 지켰고 그것 때문에 마음의 평온과 건강을 유지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낮의 그녀는  항상 책과 함께 있다. 이유는 독서야말로 야만에서 구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녀만의 비밀스러운 삶을, 고독을 가진 채..... 유일한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어느날 우연히 화가인 다니엘이라는 손님을 맞으면서

자신이 세운 원칙의 경계가 무너진다.

그 손님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그저 편지만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그 후 화랑에서 그의 그림을 만나고 자신에게 그 편지를 낭독하게 한 사연을 알게 된다.

낮의 사생활은  철처한 고독으로 이루어진 채 어떠한 인간관계도 없지만

밤의 세계에서는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이탈리아에서 온 루이자와 토미가 유일한 친구이자

그녀에게 손님을 연결해 주는 통로이다.

20여년의 창녀생활도 포주 디미트리에 의해 하지 못하는 운명에 처하게 되면서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다니엘의 집으로 피신하게 된다.

그 곳에서 다니엘과 자신이 유령과의 어떤 '두려움'이라는 공통된 문제를 안고 있음을 발견한다.

다니엘은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했지만 거절당해 죽은 자신의 그림속 모델에 대한 두려움을,

그녀 또한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아버지를, 지식을 두려워한 아버지에게 그녀의 책읽기는 아버지로부터 분리를 의미했다.

계속 공부하고 싶어한 딸과 공부를 그만두기를 원했던 아버지.

 

'우리 사이에 증오가 가로놓였다. 증오는 사랑과 같은 빛깔을 띠고 있었다.'

'매춘을 한 것은 아마도 그에게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방편이었던 것 같다. 그의 지배에서 완벽하게 도망치기 위한.

그러나 우리는 저주에서 도망치지 못했다. 우리 두사람은 저주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실제로는 저주를 향해

걸어갔던 것이다.'

 

다니엘이 여행을 떠난 후 그녀는 그의 그림을 본다.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 단지 책을 읽는 그녀의 얼굴만 그려져 있을 뿐....

화해하기 위한 만남이 아닌 그간의 침묵을 마지막만남으로 채우기 위해

아버지를 만나러 고향인 오세르로 갔지만 아버지는 이미 2년전에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고

묘지에 잠깐 머물렀을 뿐 어떠한 슬픔도 느끼지 않은 채 공허함만 가지고 파리로 돌아온다.

그 후 그녀는 루이자에게 자신이 떠날 것을 알린다.

 

두번째 여행

로마로 가는 기차안에서 다니엘에게 편지를 쓴다.

'나는 길을 바꿀 거예요. 지금 이 순간 소름이 끼칠 만큼 상실감이 느껴져요. 하지만 잘 해나갈 거예요.

나는 내 진짜 얼굴을 찾을 거예요. 오직 당신만이 보았던 그 얼굴을!'

 

어릴적 일찍 떠난 엄마의 부재속에서

아버지가 느끼는  자식에 대한

사랑이 증오가 되어

결국에는 걷잡을 수 없는 폭력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면서

자신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택하는 여행에서

스스로에게 버려진 삶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과연 자아를 찾아가는 길인지.... 생각해보았다.

 

- 책 속에서 -

'나는 마치 왜곡된 거울 앞에 있는 것처럼 그 그림앞에 서 있었다. 나는 거기서 나 자신의, 아니, '밤의 클라라'의

일부를 보았다. 미지의 타인들과 뒤섞인. ... 그녀도 나처럼 고독했다. ...저 입술에 떠오른 미소는 기쁨일가 아니면 괴로움일까?'

 

'스스로 이해하지 못한 채, 나는 똑같은 스토리를 반복했다. 어린 시절에 그랬듯이, 여기서도 나는 부재했다.

늘 회피했고, 늘 다른 곳에 있었다.'

 

'당신이 나를 모른 척했을 때, .... 내 존재는 부정되고, 쓸모없는 것이 되어 무無 속으로 던져졌죠. 소리나지 않는 내 목소리, 나의 무력함, 나의 죽음.... 내 아버지의 몰이해 속으로, 보지 못하는 그의 눈과 잃어버린 그의 사랑으로.'

 

"당신은 숨고만 있소. 그렇게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오? 당신은 여기서도 숨고.... 오래전에 잃어버린 자존심 뒤로 숨는 거요."

"자존심은 두려움 앞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오. 난 진정한 두려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요. .. ..조금 아까 내가 문을 열어 주었을 때

당신이 느끼고 있던 그런 두려움 말이오."

"상황을 변화시킬 생각이 있다면, 당신이 느끼고 있는 것을 잘 분석해 봐야 하오."

 

'나는 혼미함 속에 홀로 남겨졌다. 그의 분노와 무서운 말들 속엔 진실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제 아무것도 없었다.

커튼이 내려졋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되었다.'

 

'우리의 증오는 도착된 사랑이었다. 적나라하게 보여 주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는 침묵을 죽이고 싶었다. 우리의 저주,

우리의 유산. 자부심이고 자랑거리인 것처럼 핏속에 흐르고 있는 그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