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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 나쓰메 소세키

이사벨라아나 2009. 3. 15. 10:26

도서관에서 '도련님'을 빌리기 위해 찾았다가
그 옆에 나란히 꽂힌 이책을
같이 집어 들었는데 먼저 읽게 되었다.

1867년에 태어나 1900년대 초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작가.
특히 아사히 신문에 전속 직업 작가로 입사하면서
소설을 연재해 많은 작품을 남겼다.
'마음'은 1914년에 신문에 연재한 소설로 대표작중 하나임에도
우리나라에는 2008년에 초판 발행되었다는 점이
좀 의외로 다가왔다.

이 책은 처음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화자인 청년이 여름날 피서지에서 만나 막연히 끌린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그 '선생님'과의 계속된 만남을 통해
'선생님'의 삶이 중심이 되어 묘한 신비스러운 이야기를
계속 암시하면서
책을 중간에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간결한 문체와 자신의 마음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절제된 그의 내면을 통해서
시대적인 배경이 그러했겠지만
약간은 답답한 느낌도 들었다.

'나'가 세상에서 믿을 만한 단 한사람으로 인정이 되면서
죽기전 그 앞으로 비밀스러운 자신의 삶 일체가 들어있는
'편지'(유서)를 남김으로써 
숙부로 부터 배신당하면서 사람자체를 불신하게 되었고
처지가 딱한 친구 K를 자신의 하숙집에 들이면서
하숙집딸을 두고 친구와 동시에 사랑을 한다는 것을 알고
그 자신이 '숙부'처럼 배신자가 되어
불타오르는 질투심으로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먼저 청혼을 함으로써 K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한다.

며칠후 전혀 내색하지 않았던 K의
느닷없는 자살로 인해 큰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이란 것이 지극히 이기적이어서
K의 유서에 자신과 하숙집 딸에 관한 내용이 없음에 안도하지만
진작에 죽었어야 했다는 내용은 그의 머리에 떠나지 않는다.

하숙집 딸과 결혼을 하지만 전혀 행복하지가 않다.
오히려 그녀의 얼굴을 보면 친구 K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더 단단하게 엮어져 있음을 안다.

세상과의 단절속에 지극히 염세주의에 빠진 채
아무런 의욕도 없이 사는 삶.(그나마 재산이 있기에 가능했지만)
오로지 그의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으로만 살 뿐
아내에게조차 비밀을 털어놓을 수가 없다.

결국은 그도 그 자신에게 양심을 가책을 느끼며
자살을 선택한다.(아내에게만은 비밀을 말하지 말라고 부탁하면서)

겉으로는 나타나지 않지만 알 수 없는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와 늘 함께 하면서 사는
내면에서는 끝없는 갈등과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안고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 채
죽음을 선택하는 그의 삶이 너무 안타까웠다.

모순덩어리의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
오래전 이야기지만
누구나 느끼는 그런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책속에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사람,
그러면서 자신의 품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두 팔 벌려 껴안을 수
없는 사람, 선생님은 그런 사람이었다.(p.23)

"나는 나 자신도 믿지 않는다네. 말하자면 자신을 믿지 못하니까 남도
믿지 못하게 된 거지. 그저 나 자신이 저주스러울 뿐일세."(p.47)

"향내는 향을 막 피운 순간이 가장 강렬하고, 술은 처음 마실 때가 가장 맛있듯, 사랑에도 그런 순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네. 그런데 그런
순간을 무심코 지나쳐버리면, 서로가 익숙해질수록 친근감만 늘어날 뿐 연애 감정을 점점 마비되기 마련이네"

"정신적으로 발전하려는 마음이 없는 자는 어리석은 자라며 은근히 나를 천박한 사람으로 몰고 갔네."(p.247)

"그때 내가 받은 첫 느낌은 갑자기 K에게 사랑 고백을 들었을 때의
느낌과 거의 비슷한 것이었네. 그의 방을 둘러본 순간, 내 눈은 유리로
만든 의안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버렸네. 나는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지.

한순간 그런 느낌에 휩싸이고 난 뒤에야 겨우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절망감이 순식간에 내 앞에 펼쳐진 인생을 뒤덮으며 뻗어나가고 있었네.

그리고 나는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지"(p.293) - K의 자살을 발견하고

" 그 사건을 접한 뒤로 줄곧 울음을 잊고 있던 나는 그때야 비로소
슬픔을 느낄 수 있었네. 나는 그 슬픔으로 얼마나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모르네. 고통과 공포에 억눌려 있던 내 가슴을 촉촉이 적셔 준 것은
바로 그때의 슬픔이었네."(p.298)


"그때부터 이따금 내 가슴에 공포의 그림자가 찾아들기 시작했네. 처음에는 외부에서 불시에 찾아들었지. 나는 깜짝 놀랐네.

가슴이 섬뜩했지. 하지만 얼마쯤 지나자 그 그림자에 익숙해지게 되었네.

나중에는 태어날 때부터 가슴 깊숙한 곳에 그런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은 생각도 들었지." (p309)

"나는 단지 죄책감을 느기고 있었던 것뿐이네. 내가 매달 K의 묘에 찾아간 것도 그 죄책감 때문이지....

나는 그 죄책감 때문에 길 가는 낯선 사람에게 채찍질을 당하고 싶어 하기도 했네.

그런 단계를 거치다 보니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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