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폭풍의 언덕 - 연극

이사벨라아나 2008. 10. 5. 14:36

10월 4일 토요일,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와서 예술마당으로 가는 길을 걸으며

도로 한 편에 늘어선 대학생들의 거리축제와 인라인 스케이트 묘기를 보며

따사로운 가을날 만큼  그들의 열정이 넘치는 것을 느꼈다.

연극 ‘폭풍의 언덕’의 무대배경은 고목 한그루와 창문, 낡은 나무의자와 장작불이

음산하게 흩어진 나뭇잎들과 더불어 음악조차 스산한 분위기로 소설 속의 배경과 비슷했다.

휘몰아 치는 듯한 눈바람 소리에 맞춰 발레를 하며 나타나는 캐서린의 유령.

과거의 히스클리프와 힌들리, 또 캐서린과 캐시가 1인으로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어우러졌고

현재의 히스클리프역의 서태화라는 배우의

카리스마 넘치는 대사가 다소 무겁지만 낮게 깔리는 음색이 멋있었다.

고루하고 약간은 비참할 정도로 잔인한  내용이니 만큼

살짝 지루할 수도 있었는데

중간 중간 코믹할 정도의 조연들의 연기와

가벼운 파티분위기의 춤도 좋았던 것 같다.

사랑과 배신에 따른 인간의 증오.

20년 동안 유령과의 만남 속에 살아온 고통스러운 삶.

이승에서의 사랑으로 인한 상처가 치유되지 못한 채

광적인 칩착으로 캐서린의 무덤을 파헤치며

결국은 죽음에 이르러서야 캐서린과의 사랑이 완성되는

히스클리프.

그의 쓸쓸했던 고독이, 애잔한 슬픔이  함께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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