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플리처상 사진전 -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 미술관

이사벨라아나 2020. 7. 17. 12:48

1998년 한국에서의 첫전시를 시작으로 3차례 전시에

서울에서만 50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가장 사랑하는 사진전으로 평가받은 플리처상 사진전이

그해 최고의 뉴스가 최고의 사진으로 남아 

감동으로 선사하는 140여점의 작품으로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 미술관에서 7월 1일부터 10월 18일까지 전시되고 있다.

 

사진전이라 관람시간을 1시간 반 잡고 전시장에 도착했는데

작품하나하나마다 해당 장면을 포착한 사진기자의 인터뷰내용을 바탕으로한 설명이

나무패널에 자세하게 적혀있어서 사진작품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는데 그걸 꼼꼼하게 읽다보니 생각보다 관람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플리처상의 보도사진 부문이 시작된 1942년 이후 역대 수상 사진 작품들을 

연도별로 소개해 놓았는데 시간이 빠듯해 얀야 니드링하우스 특별전을 먼저 보고

다시 본 전시장의 작품들을 보았다.

 

2005년 이라크 취재로 플리처상을 수상한 안야 니드링하우스.

분쟁지역에서 취재 중 사망한 마지막 서방기자로

전쟁의 최전선과 힘겹게 살아남은 민간인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그대로 담아내

마지막 총상으로 숨을 거두기까지 그녀의 카메라에 총상으로 커다랗게 구멍이 뚫린 사진은

현장의 긴박감을 한번에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사진작가들은 기록자인 동시에 사건 현장의 목격자이기도 해

전쟁이나 시위의 한복판에서 오직 기록을 남기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면서

수없이 셔터를 누른다. 처절한 직업정신으로 더 좋은 사진을 남기려는 의지로

현장의 맨앞에 서서 때로는 목숨까지 잃으면서까지 살아있는 역사적 순간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생생한 역사의 현장에 서 있는 듯

한국 전쟁을 비롯 베트남전쟁, 2차 세계대전, 베를린 장벽, 구소련의 붕괴 등

파노라마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된 작품들이

마치 근현대사를 눈으로 읽는 듯 아주 현실감있게 전달되었다.

 

작품들은 연도별로 소개되었는데

인종차별이나 부패한 정치, 내전과 전쟁의 소용돌이를 뚫고

담은 한장 한장의 작품들이 주로 보도사진이라 그런지 기쁨의 장면보다

전쟁과 가난으로 슬프고 처절한 삶을 보여주는 비극적인 장면들이 더 많아 보면서도 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뉴욕 양키즈의 영구 결번이 된 3번을 달고있는 야구왕 베이비 루스의 은퇴식을 찍은 나다니엘 페인의 작품,

메모리얼 데이에 비석을 붙잡고 오열하는 한 여인의 모습을 찍은 안소니 수오의 작품,

허리를 숙인 경찰관과 그를 올려다보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표정을 담은 윌리엄 C. 비얼의 사진,

1950년 한국전쟁시 폭파된 대동강 철교를 건너는 피난민을 찍은 맥스 데스포의 작품 등

 

역사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누르는 사진기자들이 있기에 그들이 소장한 자료들이 다시

불후의 역사로 남을 수 있어 한작품 한작품이 다 의미있고 그 사연들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한국인 최초 플리처상을 수상한 김경훈 기자의 작품도 있어 반가웠다.

2019년 수상자로 로이터 통신 사진팀으로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기위해

검문소에 돌을 던지고 국경 울타리로 뛰어 드는 장면을 포착했는데

이민자들의 절박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인상적인이었던 사진은 남아공 출신 사진가 케빈 카터가 남긴 작품이었다.

수단에서 굶주림에 죽어가는 작은 소녀와 그 뒤에 소녀의 죽음을 기다리는 독수리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당시 작가는 이 사진으로 왜 먼저 아이들을 구하지 않았냐는 책망을 받은 것으로 아는데

33세의 젊은 나이에 자살했다는 그 작가가 너무나 안타까웠다.

 

전시장에 존레논의 '이매진'이 흐르고

플리처상 주요 수상작과 군데군데 다큐멘터리 필름으로 역사적 현장에서

어떻게 카메라에 사진을 포착했는지를 여과없이 보여줘

순간순간의 사진들을 직접 경험하는 듯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