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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서 여행을 만나다 - 동시영 지음

이사벨라아나 2020. 7. 5. 13:40

저자의 '여행에서 문화를 만나다'에 이은 또하나의 세계기행문으로

문학작품속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직접 찾아가 그곳에서 예술가들의 삶의 흔적을 만나고

그 여정들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여행 속에서, 때론 조금 힘든 일상이 한껏 멀어져,

그 기쁨으로 꿈의 돛을 달게 하고 꽃보다 향긋한 여행의 향기를 맡게 한다.

어디든 약속도 없이 낯선 곳들을 만나러 감으로

내게 그곳이 새로운 의미로 있게 하는 것은 더없는 즐거움'이라고 한다.

 

책은 브론테 자매의 흔적이 있는 영국 하워스에서 부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옥스포드,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의 이탈리아,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드라큘라'의 루마니아 브란성, 푸쉬킨의 러시아,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의 타히디, 그리고 모로코, 중국, 일본까지

세계 곳곳에서 문학의 발자취를 따라 직접 느낀 감동들을 간간이

그가 직접 쓴 시와 사진과 함께

마치 작가와 함께 그곳을 방문하는 듯 감성적으로 묘사해 냈다.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영국,

폭풍의 언덕의 배경이기도 한 하워드에서 브론테 페밀리의 집과 묘지,

그리고 아버지 브론테가 목사로 일하던 교회는

황량한 바람의 언덕을 경계로 일직선상에 나란히 세워져 각가 삶과 죽음,

그리고 기도하는 공간이어서 참으로 절묘하다고 했다.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히스클리프가

이들 실제의 가족 이야기와 전혀 무관하지 않고 어머니 없이 자란

브론테 자매의 '제인 에어'의 주인공이 고아라는 것과도 상관이 있는 듯 하다는 것이다.

브론테자매가 좋아했다는 히스 꽃이  작품속에도 히스클리프 무덤 근처에 피어 있는 꽃으로 등장하는데

그 꽃을 직접 만나는 기분은 정말 남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영화 '토리노의 말'을 보는 것처럼 너무 낡아서 그리운 새것으로 느껴진다는 느림의 도시 옥스포드.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기'와 함께 만나는 이탈리아는 명소가 너무도 많은데

그 중 베네치아는 누구라도 그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도시다. 

 '익명의 자유를 실컷 맛볼 수 있는, 길을 잃어버릴 듯 아슬아슬한 미로 같은 골목마다

수없이 다양한 모양의 셀 수 없이 많은 가면이 팔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64)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는 아일랜드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조지 버나드는

‘만약 지상의 낙원을 보고 싶다는 두브로브니크로 오라’했다고 하고

바이런은 ‘아드리아해의 진주’라 했다고 한다.

‘드라큘라’의 성으로 알려진 루마니아의 브란성은 소설 드라큘라가 영화화하여 성공하자

미국 조사단이 루마니아에 가서 조사를 했는데 소설 속 드라큘라성을 발견하지 못하자

브란성을 드라큘라성으로 지목했다고 한다.

정작 소설을 쓴 작가 브람 스토커는 한번도 루마니아를 방문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러시아의 대시인 푸시킨의 생가가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그가 다녔던 학교인 리체이.

그곳 한쪽에 세워져있는 푸시킨의 동상에서 극치의 아름다움과 함께 진한 슬픔을 느꼈던건

푸시킨의 서정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의 주인공처럼

젊은 나이에 결투로 목숨을 잃은 푸시킨의 삶이 떠올라서 일까?

발레로도 유명한 오네긴은 너무 애잔하게 남아있다.

고갱이 말년을 보냈던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의 타히티에서 만나는 고갱 박물관과

모로코 여행기 ‘모로코의 낙타와 성자’를 떠올리게 하는 천년고도 마라케시와

영화로도 유명한 ‘카사블랑카’의 한 장면인

‘멀리 사라져 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안개 속에 오래도록 서 있는

끝 장면은 마음에 아련한 슬픔이 밀려오게 한다’ -186

그리고 화가 마티스가 오래 머물었던 그랑 호텔 비라데 프랑스가 있는 탕헤르를 들렀던 수많은 예술가들.

현대 중국의 대표적 시인인 곽말약의 흔적이 남아있는 북경과,

일본 작가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설국’의 고장에서 만나는

눈 속 공간과 소설속에서 묘사되는 신비로움으로 책으로 상상했던

실제의 장소를 더욱더 환상적인 공간으로 안내하는 것 같다.

또한 작가의 아름다운 시를 통하여 더욱 문학적인 감성을 파고들게 만들어 가보지 않고서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