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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자국 - 어른을 위한 정호승 동화집

이사벨라아나 2019. 4. 13. 10:00



못자국

어른을 위한 정호승 동화집

책읽는 섬



이 책은 정호승 시인의 어른을 위한 동화집이다.

 시로써 많은 위안을 준 시인이기에 이 짧은 동화들은 함축되어 있는 그의 시만큼이나

작은 감동을 안겨줘 일상에 지친 어른들이 읽기에 소박하면서도 소소한

스토리가 들어있어 또다른 작은 위로와 영혼을 가다듬어 주었다.

 


 책은 24편의 짧은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는데 크게

그자리, 길, 사랑과 동행하는 것들, 나의 의미 이렇게 4부로 나뉘어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별 특별한 존재가 아닌

그저 평범하게 눈에 띄는 산중턱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바윗돌이나

벼에 빌붙어 있는 쓸모없는 피, 난초 화분 속의 풀꽃, 감나무에 박힌 못,

처마끝에 매달려 있는 풍경, 대나무, 버려진 망아지 등의

관심받지 못하는 작은 사물이나 동물 등을 소재로 삼아 

마치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의 구수한 목소리로 듣는 것처럼 

감칠맛 나고 푸근하게 다가왔다.

때로는 가슴 찡하게 또 때로는 보잘 것 없는 작은 존재들조차 얼마나 소중하게

다가오는 지 인간의 외로움과 슬픔, 용서를 실천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지

그것은 오직 사랑 뿐이라는 메시지로 깊은 우화적인 교훈이 담긴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지나가던 소발자국에 고인 물속에 사는 우제어 송사리가 자신을 통해 인간에게

깨달음을 주는 소임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뜻있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스토리는

슬프면서도 뭔가 찡하게 다가왔다.  


"그래, 불쌍하긴 하지, 그렇지만 송사리나 인간이나 불쌍한 건 다 매한가지다.

우제어나 인간이나 다를 바가 뭐 있겠느냐. 결국 인간도 우제어처럼 사는 게 아니겠느냐.

그래서 덧없는 인간의 존재를 가리킬 때 우제어를 예로 든단다." - 113


하나뿐인 아들을 잃고 방황하는 남편을 수많은 못자국을 남기면서

이겨내야만 했던 아내의 용서는 그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대로 전해져왔다.


잘난체 하는 물고기풍경이

"만일 봄이 와도 꽃이 피지 않는다고 생각해봐. 그러면 그게 진정 봄일까.

가을이 되었는데도 낙엽이 떨어지지 않고 겨울이 되었는데도 낙엽이 떨어지지 않고

겨울이 되었는데도 눈이 내리지 않는다면 그게 진정한 가을이고 겨울일까.

난 봄을 진정한 봄으로 만드는 그런 꽃과 같은 존재야.

밤하늘에 뜨는 별과 마찬가지지. 밤하늘은 별이 뜨기 때문에 아름다운거야." -222

이렇게 한 말에 괘씸하게 여긴 밤바람의 움직이지 않고 멈추버린 이야기는

아무리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풍경일지라도 바람이라는 존재가 없으면

쓸모가 없음을...


그밖에 한쪽 눈밖에 없어 짝을 찾아야만 길을 잃지 않는 비목어나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다는 해어화의 이야기 등

담겨진 스토리 하나하나가 우리의 삶에서 스쳐지나가는 단순한 깨달음을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끄집어내게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