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둘째주 토요일 오후
날씨가 너무나 화창하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벤치에 앉아만 있어도
연초록으로 둘러싼 나무들의 기운이 싱그럽게 다가왔다.
대학로 TOM 1관에서 보게 된 뮤지컬 더 픽션
소설 속 주인공이 현실에 등장해
소설과 현실이 뒤집히는 사건으로
한 줄의 글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문구가
뭔가 강한 메시지를 전할 것 같은 스릴러 뮤지컬로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좌석이 무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정 가운데라 시야가 좋았다.
로비에는 신문기사인듯한 사진으로
극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만들고
무대는 왼쪽 한켠으로 기자의 책상이 고정으로 놓여있고
작가 그레이 헌트의 책상은 회전형 무대위에 설치되어
책상위의 타이프라이터와
주변에는 각종 원고인 듯한 종이 뭉치들이 여기저기 쌓여있었다.
또한 무대벽면에는 신문의 한면들을 가득 붙여놓고 가운데 커다란 사진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지만 다채로운 조명으로 피가 연상되는 빨간색으로
또 파랑색으로 보이다가도 두가지 색을 섞은 듯한 보라색으로도
극의 전개에 따라 전체적으로 또 부분적으로 나타나기도 해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오늘의 캐스팅은
작가 그레이 헌트 역의 박규원 배우
기자 와이트 히스만 역의 박정원 배우
형사 휴 대커 역의 박 건 배우
세 남자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작가 그레이 헌트의 자살사건으로
작가의 편집자이자 신문기자이기도 한 와이트 히스만을 찾아
형사 휴대커가 사건을 파헤치는 스토리를 따라 전개되는데
기자 와이트 히스만이 작가 그레이 헌트를 찾아가
신문에 작가의 소설 '그림자 없는 남자'를
연재할 것을 제안하는 장면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내내 흐르며
반전에 반전을 더해 소설의 픽션을 현실의 넌픽션으로 만들어
현실과 픽션의 경계의 모호함으로
한편으로는 기자 와이트 히스만의 개인적인 경험을 드러내며
작가와 기자의 공조와 대립으로 끝까지 결론을 짐작할 수 없게 만들어
시종 공연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살인이라는 무거운 소재의 내용으로
'누군가에게는 단 한 권의 책이지만, 우리에게는 인생이었으니까'라는 대사를 비롯
공연 내내 들리는 대사와 넘버는 매우 진중하고 의미있게 다가와
하나하나 그냥 흘러들을 수 없었다.
'현실의 삶이란 때때로 한편의 소설보다 더 소설같으며
한사람은 하나의 이야기로 남는다' 등
주옥같은 대사와 넘버는
절제된 듯 하면서도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작가 그레이 헌트 역의 박규원 배우는
연기도 좋았지만 나긋나긋한 저음과 호소력 짙은 고음으로
자신만의 매력을 물씬 발산하였고
기자 와이트 히스만 역의 박정원 배우는 극에 중심에 서서
시니컬한 역할을 잘 소화해내면서도 작가와의 호흡 또한 자연스러웠다
두사람이 회전무대를 돌면서 부르는 중창은 너무나도 잘 어우러졌다.
멀티역과 형사 역의 박 건 배우는 훤칠하게 잘 생긴 외모와 더불어
등장자체만으로도 멋있었다.
인터미션없이 90분동안 이어지는 공연이었는데
세 배우의 지칠줄 모르는 열연으로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
한동안 여운이 오래 남을 묵직하고 진한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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