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극 하이젠버그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이사벨라아나 2018. 5. 2. 20:52



연극 하이젠버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2018년 4월 29일 오후 4시



연극 하이젠버그는 세계적인 히트작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의 극작가

사이먼 스티븐스의 최신작으로 독일의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의 개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는데 제목이 다소 난해해서 어떤 내용일지 호기심이 일었다.



오랜만에 가보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은 입구부터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것이 많아

눈을 즐겁게 한다. 바닥의 건반 피아노와 여기저기 설치된 빨간 조형물과

벤치나 의자등에 놓여있는 인형들도 재밌게 시선을 끌었다.



단 두명만 출연하는 연극

무대는 오픈 되어 사방이 뚫려있어 객석과 마주하고 있다.

바닥에는 6개의 장소들을 설계도면처럼 복잡하게 그림으로 그려놓았고

공간에는 똑같은 두개의 약간 좁고 높은 테이블과 두개의 긴의자만이 놓여있다.

짧은 음악과 강렬한 조명으로 무대전환을 알려주며 양쪽 사이드에 있는 의상을 배우들 스스로

퇴장하지 않고 한켠에서 갈아입으며 다음 씬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독특한 구조로 이어나갔다.



런던의 기차역 대합실에서 다소 무게감있고 나이든 75세의 남자 알렉스 프라스트가 혼자 앉아 있는데

우연히 42살의 미혼모 조지 번스가 나타나 그에게 느닷없이 말을 쏟아 붓는다.

거친 욕설과 직설적인 성격으로 있는 그대로 쉴새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내뱉으며 다가가는데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사람의 대화가 처음에는 참 낯설게 다가왔다.


두번째 만남에서 조지 번스는 알렉스가 운영하는 정육점으로 찾아가

자신이 거짓말을 했음을 밝히면서 평생 런던이라는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고

결혼도 한번 해보지도 않고 가족들조차 하나도 없다는 알렉스에게

진짜 직업과 자신의 아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데

33살의 나이차와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두사람은

단지 서로가 혼자여서였을까?

 기차역, 정육점, 레스토랑, 침실, 공원, 그리고 미국의 뉴저지까지

단지 의자의 위치만 바꾸면서 다양한 씬을 보여주며

수많은 대화만으로 서서히 좁혀드는 그들의 관계가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정말 예측불가능한

더 나은 내일의 삶을 기대할 수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8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강한 포스로 인상적이었던 정동환배우님

고독하지만 철학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노년의 쓸쓸한 남자의 역할을 노련하게 이끌었고

처음보는 방진의 배우님은 베테랑 배우가 뿜어내는 포스가 느껴졌다.



결코 가볍지 않은 인간존재의 관계가 너무 쉽게 변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약간은 어렵게 느껴지는 연극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사실은

모든게 너무 짧다는 거야" 라는 대사가 특히 귀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