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연극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부

이사벨라아나 2017. 3. 7. 20:38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2017년 3월 5일 일요일 오후 3시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마지막 작품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년전쯤 맘먹고 민음사 출판 3권짜리 책을 읽었었는데

작가가 사형선고를 언도받고 8년에 걸친 수감생활을 하면서

유일하게 읽었던 책이 성경이었던 만큼 

신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오는데

인간의 기본 본성을 건드리며

구원이나 부활, 불멸등의 종교적 개념과 더불어

대심문관과 그리스도, 악과 선, 악마와 신 등 이분법적인 구도로

재판 과정의 끈질긴 반론과 치밀한 묘사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었는데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를 연극으로는 어떻게 표현될 지 무지 궁금했다.



 

연극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각각 3시간 30분씩 총 7시간에 걸쳐

펼쳐지는데 1부만 보는데도 거의 4시간이 소요되었다.

베테랑 배우인 정동환님을 비롯하여 드미트리역의 김태훈님, 표도르 박윤희님,

이반 지현준님, 알료사 이다일님, 스메르쟈코프의 이기돈님, 그루센카의 정수영님,

그리고 카체리나역의 이승비님 등 복잡한 등장인물로

극의 스케일을 미리 가늠할 수가 있었다.



막이 오르고 도스토예프스키로 분한 정동환님의

사형집행이 극적으로 멈추면서 작가 스스로 해설자가 되어

이 작품이 탄생하게된 배경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평생 방탕하게 살아온 호색한 표도르와 그의 세 아들 드미트리, 이반, 알료샤,

그리고 사생아인 스메르쟈코프를 중심으로

두명의 여인 그루센카와 드미트리의 약혼녀인 카체리나 사이의

얽히고 섥힌 재산문제와 치정극으로 복잡하게 펼쳐지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극에 달해 결국에는 죽음으로 몰아가는데....


극의 스토리가 중간에서 멈추어 다소 아쉬운 점은 있지만

조시마 장로와 작가, 그리고 대심문관역을 맡으며 긴 대사를 거침없이 뿜어내며

자신만의 아우라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배우 정동환님의 포스에

빨려들 듯 압도되었다.




각각의 배우들 또한 긴대사와 내면심리를 특유의 표정과 제스쳐로

각자의 삶의 방식을 토로하며 호소하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대 또한 단순하면서도 다각적으로 쏟아내는 빛과

거울이나 계단, 의자, 쇠기둥 등 다양한 소품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극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소 무거운 스토리에도 때로 과장된 몸짓으로 다가오기도 했는데

배우들의 진지함이 담긴 묵직한 대사와 연기는

충분히 극에 몰입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