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훈 첼로 리사이틀 Joy of classicism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2017년 2월 25일 토요일 저녁8시
봄이 어느틈에 성큼 다가오는 가 싶더니 가는 겨울이 시샘을 하는지
햇볕은 따사로운데 스치는 바람이 코끝을 싸하게 하는
다소 매서운 날씨인 토요일 저녁 어스름 무렵
송영훈 첼로 리사이틀을 보기 위해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조금 일찍 도착해 예술의 전당 주변 여기저기 산책하는데
어둠이 스며들자
전등이 하나 둘씩 켜지기 시작하면서
앙상한 나뭇가지 뒤의 음악당이 다소 고즈녁하게 느껴졌다.
첼로 리사이틀은 오랜만에 보는데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첼리스트인 송영훈
평소에 즐겨듣는 KBS1FM 프로그램 진행자이기도 하고
2014년까지 5년 동안 예술의 전당 11시 콘서트로
우리에게 친근한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첼로 선율처럼
그의 그윽하면서도 나긋나긋한 목소리도 매력있지만
이제는 중년의 전문연주자로 내면의 깊이를
더해가는 한층 더 여유있고
풍성한 첼로 연주가 기대가 되었다.
얼마전 우연히 FM가정음악실 프로에 개스트로 출연해
이번 음악회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베토벤과 슈만의 음악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는데
베토벤은 청력을 상실하고 슈만은 말년에 정신분열증으로 힘든 고난의 시기를
보냈던 만큼 기쁨과는 거리가 먼 작곡가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극한 고통속에서도 음악을 통해서 그들의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며
오히려 청중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받게 하여
음악을 통해 기쁨의 환희를 선사한만큼
본인 또한 선물하는 기분으로 음악회를 준비했다고 한다.
완벽한 구조로 이루어진 음악을 만든
베토벤은 10대시절부터 40대인 지금까지도 공부하는 곡이라고 한다.
마지막 콩쿨 또한 베토벤 첼로소나타 4번이었다고 하고
피아노 반주를 맡은 피아니스트 요나스 포요넨과는
핀란드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거장 아르토 노라스를 사사하던 시절
함께 공부한 인연으로 15세때 만나
지금까지 음악적 동료로 같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피아노 연주와의 호흡 또한 환상적이었다.
처음과 마지막에 연주한
베토벤 첼로 소나타는 초기 작품으로 1번과 2번은 3,4,5번에 비해
국내에서는 잘 연주하지 않았던 곡인데
마치 모짜르트가 작곡한 음악이 아닌가 할 정도로
유머가 많이 담겨져 있어
진지함 속에서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음악이라 골랐다고 했는데
과연 무겁지 않으면서도
온몸으로 감싸안은 첼로와 함께 유연하게 움직이며
가볍게 발로 경쾌하게 튕기기도 하면서
선율속에 담긴 음악의 깊이를 음미하면서
때로는 엄숙하고 슬픈표정으로 또 때로는 미소지은 표정으로
완전체가 되어 연주하는 모습이
첼로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슈만은 자녀를 7명이나 둘 정도로
기본적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이 그의 음악에 뿌리가 될 정도로
정서적으로 따뜻한 감성을 소유한 음악가로 알려졌는데
슈만의 작품은 환상소곡집과 5개의 민요풍의 소품이 연주되었다.
각기 다른 성격의 곡을 모아 하나의 연주로 이어지는데
슈만의 정서를 느끼면서 부드러우면서도 빠르게 이어지는
선율이 '슈만과 클라라'의 일기속의 이야기처럼 온화하게 전해졌다.
클래식음악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장중하게 울러퍼지는
클래식 음악을 계속 듣고 있으면
지친 심신으로 힘들었던 시간들이 잊혀지고
그저 마음이 편안해지고 여유로워진다.
연주회장에서 직접 만나는 음악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공연이 끝나고 앵콜곡으로 슈만의 피아노 4중주 를 듣고 나오는데
모니터로 두번째 앵콜곡을 연주하는 모습이 보여
곡이 끝날 때까지 보고 흐뭇한 마음으로 그곳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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