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 - 카를로스 푸엔테스
'아우라(aura)'라는 이름은 성인의 머리위에서 빛나는 원환이자, 비교(秘敎)적 전통에서
마녀들이 요술을 부리는 유혹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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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출신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한다.
역시 중남미 문학의 특징인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환상적 리얼리즘이 베어있다.
표지의 소녀가 가면을 든 모습과 제목에 이끌려 빌려왔는데
의외로 102페이지 밖에 안되는 굉장히 얇은 책인데도 불구하고
소설의 스토리는 책 전체의 반도 차지하지 않는다.
나머지는 작가가 '아우라'를 어떻게 썼는지에 대해서 적혀있다.
2인칭으로 서술하는 화자의 모호한 끌림에 따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어떤 보이지 않는 미로속을 헤매이듯
몽환적인 분위기의 장소에서 그가 경험한 신비한 이야기속에 빠져든다.
소르본 대학 장학생이었던 펠리페는
어느날 싸구려 카페에서 젊은 역사학도를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직접 방문을 요하는 늙고 추한 콘수엘로 부인의 집을 방문한다.
남편 요렌테 장군의 비망록을 책으로 내려는 부인의 일을 하기로 하면서
그 집에서 머무는데 그곳에서 젊고 아름다운 초록눈을 지닌 아우라에게
첫 눈에 반하면서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데...
결국에
아우라가 콘수엘로란걸 알고서는 절망한다.
죽음을 앞둔 노파 콘수엘로가 삶을 되찾으려는 욕망으로
젊음 즉 '아우라'라는 환영의 존재를 이용해
펠리페에게 영원한 사랑을 구한 다는
아주 짧은 스토리지만 마치 신화이야기인듯
독특하면서도 신비스러운 전개로 펼쳐졌다.
작가가 아우라를 쓴 배경과 그에 얽힌 장황한 스토리가 더 흥미있었다.
본문 이야기만큼이나 많은 분량으로 피력하는데
'너'라는 2인칭 단수를 씀으로써
모든 시공간과 심지어 죽음까지도 넘나들며
유령처럼 움직일 때 나 자신이 된다고 하고
'위안'이라는 뜻의 '콘수엘로'에게 있어 가장 큰 위로와 즐거움은 바로
일회적이지만 너무도 눈부신 아우라의 재현이라고 한다.
과거의 사랑을 현재에서 실현하기 위해 아우라를 탄생시킬 수 있는 콘수엘로의
욕망이 비록 주술적인 환영에 불과하지만
그 한순간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소진하는 고통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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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하늘은 높거나 낮지도 않아요. 우리 바로 위에 있으면서 동시에 우리 아래 있어요." - 47
너는 깨어나 방 안에서 다른 존재를 찾아. 네가 신경 쓰는 것은 아우라가 아니라 간밤에
출연한 이중적인 어떤 존재야. 너는 관자놀이에 손을 갖다 대며
혼란스러운 정신을 가다듬으려고해. 너를 짓누르는 슬픔은 낮은 목소리로
정체 모를 존재에 대해 기억을 더듬으라고 주문하고,
어젯밤 메마른 상상 속에 출현한 너 자신의 분신,
너의 또 다른 반쪽을 찾으라고 속삭이지. - 51
우리가 그 거울로 바라보는 환영 속에서 항상 다른 시간,
지나간 시간 혹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느낀다는 것이다. - 64
'머나먼 관계들'에서 묘사한 파리의 빛
"매일 오후의 기대.... 신비한 한 순간을 위해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거나,
뜨겁게 덥거나 눈이 올 때와 상관없이 장 밥티스트 카미유 코로의 그림속 풍경처럼,
일드 프랑스 지역 본연의 빛처럼 한낮의 현상은 흩어지고 또한 나타난다." - 64
박물관에서 죽음의 포옹으로부터 삶을 재생하게 하는 벨칸토 창법으로 노래하는
소프라노의 목소리가 아닌 '라 트라비아타'가 죽는 장면에서 마리아 칼라스가 부르는
믿을 수 없이 신비롭고 영혼을 울리는, 노년과 광기의 또 다른 목소리였다.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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